여야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극한 대립을 하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7일 오전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 관련해 추가 협의를 하기로 했으나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서 단독으로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움직임을 보여 야당이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은 일단 안건조정위에 회부됐으나 수적 우위의 민주당이 언제든지 법사위를 통과시킬 수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원내대표 간 협상이 무산되면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인 9일에는 반드시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태세다. 민주당이 강행하려는 공수처법 개정안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7명 중 6명의 찬성으로 규정된 의결정족수를 3분의 2 찬성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여당 몫 2명과 야당 몫 2명인 추천 위원을 ‘국회 추천 4명’으로 바꾸는 것도 포함됐다. 한마디로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서 야당의 비토권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공수처법 제정 이후 야당의 반대로 공수처 출범이 지연된 사정을 감안하면 여당의 법 개정 시도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야당의 비토권 자체를 없애는 개정안을 여당 단독으로 처리하는 것은 극히 신중해야 한다. 비대한 검찰권에 대한 견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검찰과 마찬가지로 공수처도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정권 호위 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여당이 내세웠던 논리가 ‘비토권 인정’이었다. 여당이 이를 일방적으로 삭제하면 공수처의 근간을 스스로 훼손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여당이 지지층 결집 수단으로 개정안 처리를 밀어붙인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여당 지지율이 추락하자 집토끼라도 확실히 잡겠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근시안적인 정치공학적 사고로 두고 두고 나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