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은 왜 ‘김수현 마피아’로 불릴까... "경력도 발언도 닮은꼴"

입력
2020.12.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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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구원투수'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등판 전부터 야권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현미보다 더한 사람" "김수현 마피아"라는 표현을 써가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변 후보자를, 문 정부 부동산정책을 설계했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한 몸'으로 보고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실제 변 후보자는 여러모로 김 전 실장과 공통 분모가 많다.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선 규제와 증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가진 둘은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서울연구원에서 함께 근무했고, 세종대 교수로도 재직했다.

2014~2017년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 각각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과 서울연구원 원장으로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을 주도했고, 현 정부 공약 사업인 ‘도시재생 뉴딜’의 기초도 함께 닦았다. 현재는 ‘한국공간환경학회’ 고문으로 함께 활동 중인데,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변 후보자가 사장으로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이 학회 관련자에게 연구 용역을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자가 보유자는 보수정당 선호"

7일 한국일보의 분석 결과, 이들은 '자가(自家) 보유자'를 보수 성향으로 바라보는 인식도 일치했다. 변 후보자는 공동저자로 참여한 서적 ‘불평등 한국, 복지국가를 꿈꾸다’(2015년)에서 “자가주택 보유율이 높을수록 주택가격 하락에 저항하는 보수적 성향을 띨 확률이 높다”고 썼다. 그러면서 “고령자일수록 보수정당 지지율이 높은 이유가 과거 경제성장 경험과 지역기반 네트워크 등에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보수 정당일수록 각종 개발사업과 규제완화를 적극 추진하기에 자신의 주택자산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앞서 김 전 실장도 2011년 발간한 ‘부동산은 끝났다’ 중 부동산 정책의 정치적 성격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자가 수요자는 보수적인 투표 성향을 보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진보적인 성향이 있다”고 비슷한 취지로 썼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중대형 아파트가 밀집된 고소득층은 한나라당에 주로 투표했고, 반대의 경우는 민주당이나 야당이었다”고 했다.


"투기이익 기대 접으려면 환수 시스템 필요"

두 사람은 또 줄곧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토지임대부나 환매조건부 주택의 도입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김 전 실장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청와대 브리핑에서 “제도로서, 절차로서 더 이상 투기이익을 기대하지 않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며 “개발이익을 합리적으로 환수하면서, 공공이 직접 나서 주택을 공급한다면 설령 고층아파트를 짓더라도 국민적 동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변 후보자도 세종대 교수 시절 언론 기고나 논문 등을 통해 토지임대부, 환매조건부 주택 도입으로 개발 이익에 대한 철저한 환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봤다. 다만 이 정책들은 노무현, 이명박 정부에서 시행됐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다만 변 후보자는 7일 청문회 준비 사무실 출근길에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즉답을 피하면서 “여러 내용을 다 검토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주택 공급 충분, 불안감 갖지 말라"

두 사람은 집값 급등에 대한 불안심리도 공공임대 주택으로 해소할 수 있고, 공급도 충분히 이뤄진다고 자신했다.

김 전 실장은 2006년 성공회대 특강 당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한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치적을 꼽자면 매년 10만호의 국민임대 주택을 짓고 있다는 것”이라며 “2003년부터 37만호를 지었는데, 이는 역대 정부를 다 합친 것보다 많은 분량으로 주택 공급은 우려와 달리 충분한 상태”라고 했다.

변 후보자 역시 부동산 폭등기인 2018~2019년 언론 인터뷰나 기고문을 통해 “수도권 공급 부족 주장은 실체가 없는 심리적 우려”라며 “적정한 주거를 제공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충분한 물량의 공공 임대주택 건설”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인터뷰에서도 그는 “서울은 파리보다 세 배 이상 넓어 (주택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며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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