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보이지 않는 '눈'이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입력
2020.12.05 04:40
13면
바닥의 칩셋, 천장의 센서가 
입점부터 퇴점까지 동선, 체류시간 기록
점포 이용 흐름 시각화해 도출 가능
빅데이터 분석 거쳐 매장 운영 효율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돌아다니다 예쁜 시계를 판매하는 페이지가 눈에 띄어 클릭한다. 좀 훑어보다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 나온다. 잠깐 보고 나왔을 뿐인데, 그 뒤부터 SNS에 로그인을 할 때마다 내가 봤던 시계와 비슷한 디자인, 다양한 가격대의 시계들을 광고하는 페이지가 SNS 화면에 자꾸 등장한다. 이 사용자가 결국 시계를 구매하게 될 확률은 얼마일까? 평소 시계에 관심이 전혀 없던 사람보다는 높은 확률로 집계될 것이다.

시계를 소개하고 결제까지 이어지도록 만드는 구매 전환율은 광고를 기본 사업모델로 가져가는 SNS 기업들의 경쟁력이다. 저마다 자기 회사에서 광고를 해야 실제 구매로 이어진다는 점을 어필한다. 이 구조가 가능한 이유는 SNS 이용자가 어떤 정보에 관심이 있는지 끊임없이 관찰하면서 이용 패턴을 수집하고 있는 시스템 때문이다. 특정 페이지에 접속해서 평균 이상으로 머물렀다면 이미 당신의 관심과 취향 힌트를 준 셈이다.

온라인 기반의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들은 뒷단에서 이 같은 시스템을 돌리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선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는 것에 불과해도 클릭, 로그인, 접속기록, 스크롤, 로그아웃 등 각종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축적되는 덕분이다. 마트, 백화점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쇼핑 채널보다 온라인 쇼핑이 급격하게 팽창한 데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마케팅 효율화 전략의 도움이 크다.

오프라인 매장도 넋 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는 일. 대개는 고객들의 구매정보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살 만한 상품의 쿠폰을 뿌리거나 인기 제품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 점포에서 SNS처럼 이용자의 행동 하나하나를 분석해 개인 맞춤형 공략을 하는 건 쉽지 않다. 이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시도가 편의점 업계에서 감지되고 있다. 방문객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기술로 매장 자체 매출을 상승시키려는 시도가 이뤄지는 곳, 바로 무인 편의점이다.

인건비 줄이기에서 빅데이터 수집으로

초기 편의점 무인점포의 제1과제는 인건비 감축을 통한 운영 효율화였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경영주 수익 악화 등으로 야간에는 문을 닫는 점포 수가 2016년 1,425개에서 2019년 2,625개로 늘었다. 야간 미영업 점포 추가 추이는 전년 대비 약 15% 안팎의 증가폭을 보인 가운데 지난해엔 전년보다 36.5% 늘었다.

따라서 초반 무인점포는 '연중무휴, 24시간 운영'이란 편의점 업태를 유지하기 위한 셀프 결제와 기본적인 보안 기능을 갖춘 형태였다. 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주요 편의점들 모두 일부 상권에서 무인점포를 운영 중이다. 주간에는 아르바이트생이나 주인이 있고 야간에는 무인으로 운영하는 식으로 인건비를 줄인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세븐일레븐이 내놓은 모델은 '세계 최초 고객동선인식 기반' 무인 편의점(시그니처 DDR)이다. 입점부터 퇴점까지 바닥과 천장에서 당신이 어떤 방향과 순서로 이동하면서 물건을 사는지를 관찰하고 분석한다.

체류시간·이동경로가 데이터로 쌓인다

우선 점포 바닥이 구역별로 나뉘어 있고 각 구역 아래에는 총 75개의 데이터 수집용 다목적 전자인식셀이 설치돼 있다. 무게를 감지하기 때문에 고객이 딛는 바닥 위치에 따라 동선이 파악된다. 특정 셀 위에서 체류하고 있는 시간도 수집된다. 목표한 물건 매대로 가기 위해 그저 스쳐 가는 움직임인지, 물건을 고르거나 고민했던 흔적인지가 정량적 수치로 계산되는 구조다.

천장에서 관찰하는 시선도 있다. 천장에 설치된 '트래픽&플로우' 센서(감지기)가 위에서 아래로 바라보며 전체적인 방문객들의 통행량과 이동 흐름을 보고 있다. 리테일트렌드라는 시스템이 이 센서로부터 전달된 데이터를 가지고 해당 점포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종합적인 보고서 형태로 정리해 준다.

이 시스템은 전체 공간 중 사람들이 많이 오가고 오래 체류할수록 빨갛게 표시되는 열지도 형태의 '히트맵'에 특정 매대나 구역에 진입하는 유입객수와 체류시간을 분석하는 '존트래픽' 기술이 접목돼 있다. 히트맵이 혼잡도 분포를 제공하는 수준이라면 리테일트렌드 시스템은 매장 전체가 어떻게 이용되는지 흐름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매장 외부에 달린 카메라가 찍고 있는 유동인구 데이터와도 연동돼 유동인구 대비 유입객수도 분석한다.


상품 진열·광고 최적화로 매출 증대

이용객의 움직임을 따라다니면서 데이터를 수집하게 되면 매장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답이 보인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SNS 이용자가 터치로 다양한 페이지를 넘나드는 패턴이 수집되듯, 편의점 안에서 방문자들의 구역, 매대별 이동 정보가 쌓여 매장 구조와 수익의 상관관계를 분석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는 셈이다.

구체적으로는 구역별 체류시간 분석을 통해 특정 위치에 사람들이 오래 서 있다는 점을 알게 되면 이 위치에 광고판을 설치하고 진열된 상품과 관련된 광고 영상을 내보낼 수 있다. 입구를 통과해 바로 앞에 있는 매대만 거쳐 계산대로 가는 동선이 파악된다면 해당 매대를 안쪽으로 배치해 매장 내 더 많은 상품이 방문객 눈에 노출되도록 점포 구성을 바꿀 수도 있다. 일일이 장표를 보며 계산할 필요 없이 고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매대와 그렇지 않은 매대가 명확하게 구별되기 때문에 점포별 매장 운영 효율성과 매출 증가 계획을 수립하는 일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이 고도화되면 기존의 일률적인 관리 매뉴얼에서 벗어나 매장 위치, 방문객 특성 등에 맞는 점포 효율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고객의 이동 데이터와 상품 구매 데이터를 실시간 빅데이터로 생성해 저장할 수 있고 구역별 이동 이력이나 체류시간 등을 분석해 다양한 마케팅 수단과 점포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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