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서 배양해 만든 인공 닭고기 요리 '잘 팔릴까'

입력
2020.12.03 13:30
싱가포르, 美 식품기업 잇저스트의 인공육류 판매 승인
"실험실 배양 닭고기 요리, 식당서 비싸게 팔릴 것"

이제 더이상 육류 소비를 위해 닭이나 돼지, 소 등을 사육하거나 도축하는 일은 사라질 지도 모른다. 완두콩 등 단백질과 같은 성분으로 만든 식물성 고기 대체물이 아닌,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인공 육류가 그 자리를 대신할 채비를 하고 있어서다.

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싱가포르는 실험실에서 배양한 고기에 대해 세계 최초로 승인을 내린 국가가 됐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식품청(SFA)은 미국의 푸드테크기업 잇저스트(Eat Just)가 실험실에서 세포를 배양해 만든 닭고기가 안전 기준에 충족한다며 판매 승인을 내렸다. 잇저스트는 홍콩의 한 레스토랑에 이 제품을 제공하기로 계약을 맺었으며, 이로써 전 세계에서 인공 육류가 판매되는 최초의 국가 역시 싱가포르가 될 전망이다.

잇저스트는 2년 넘는 진통 끝에 SFA의 승인을 받아냈다. 잇저스트는 "우리 제품에는 항생제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전 테스트를 거쳐 배양된 닭고기가 기존의 전통적인 제품보다 미생물 함량은 적고, 단백질과 아미노산 등 몸에 좋은 성분은 더 많이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업은 과학자, 제품 개발자, 규제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이 SFA 규정에 따라 요구되는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닭고기의 생산 과정을 기록하는 등 엄격한 테스트를 거쳤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는 식품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 다른 국가들에 비해 선제적으로 인공 육류 판매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인공 육류는 환경 문제 등과도 연결돼 기대되는 사업 분야다. 조시 테트릭 잇저스트 최고경영자(CEO)는 "한 마리의 동물을 죽이거나 나무 한 그루를 베어낼 필요가 없는, '진짜같은' 육류가 처음으로 팔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시장의 성장은 상업화의 가장 큰 장벽이었던 생산 비용을 낮추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네덜란드의 스타트업 모사 미트가 인공 육류인 햄버거 패티를 만드는데 수십만 달러의 비용이 들었다. 그러나 잇저스트는 "이 닭고기로 만든 너겟은 레스토랑에서 고급 치킨 요리와 같은 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잇저스트는 어떤 회사? 국내기업 SPC와도 협업

2011년 설립된 잇저스트는 과학 기술로 지속 가능하고 영양 높은 '비건식품'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이 회사는 창업 초반 빌 게이츠, 홍콩 최대 부호 리카싱(李嘉誠) 등이 투자해 관심을 받았다.

가장 대표적인 제품은 녹두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로 달걀 맛을 구현한 '저스트 에그'다. 콜레스테롤이 없고 포화지방이 낮아 채식주의자 등에게 어필하고 있다. '저스트 마요' '저스트 드레싱' 등도 이 기업의 제품들.

지난 3월에는 국내 식품기업 SPC삼립과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어 한국의 비건시장 공략에 나서기도 했다. SPC삼립은 잇저스트의 제품들을 SPC프레시푸드팩토리에서 제조해 올 하반기부터 국내에 독점 유통한다는 기획이다. 전 세계 단백질 시장은 지난해 16조원 규모에서 2023년 40조원 시장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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