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10년 넘게 공들인 첫 복제약이 결국 빛을 보지 못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설립 전 삼성종합기술원(SAIT)에서 개발을 시작한 이 야심작은 최근 임상 3상에도 성공했지만 다른 복제약에 시장을 뺏기며 출시되지 못했다.
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다국적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Z)가 합작 설립한 아키젠바이오텍(아키젠)은 복제약 연구개발(R&D) 활동을 중단하고 곧 청산 절차에 들어간다. 2014년 두 회사가 지분 50%씩 투자해 세운 아키젠은 7년간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줄곧 '수혈'만 받다가 성과 없이 철수하는 셈이다.
아키젠은 설립 초기부터 오로지 한가지 복제약 개발에만 주력해왔다. 바로 ‘세이트워너원(SAIT101)’이다. SAIT101은 림프종 치료에 쓰이는 의약품 ‘리툭산’의 복제약으로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설립되기 전 삼성종합기술원이 개발을 시작해 이름도 따왔다.
삼성전자는 2000년대 초반 바이오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연구개발 활동을 시작했다. 2012년 10월 SAIT101의 글로벌 임상 3상이 중단되자 제약업계에선 같은 해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을 위해 설립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또 다른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가 SAIT101 개발을 이어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특허권 문제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넘겨 받지 못했고, 아키젠이 개발을 이어왔다.
그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아키젠에 들인 비용은 약 1,100억원에 달한다. 2014년 설립 당시 최초 투입한 자본금은 1,427억원의 절반에 더해, 2016년 4분기 347억원, 2018년 1분기 107억원을 추가로 수혈했다.
아키젠은 올해 8월 SAIT101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완료했다. 그러나 셀트리온의 트룩시마 등 다른 리툭산 복제약이 시장을 선점하면서 경쟁력을 얻지 못했다. 트룩시마는 이미 2018년 11월 미국에서 승인 받아 지난해 11월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중에선 최초로 미국에 출시됐고 올해 2분기 기준 전체 리툭산 시장에서 점유율 20%를 달성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누가 가장 먼저 시장에 진입하느냐가 관건”이라며 “독점적 지위의 의약품 특허가 풀리면서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에 진입하기 때문에, 첫번째 복제약은 저렴한 가격에 시장을 선점해 높은 경쟁력을 갖게 되고 점유율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을 넘어서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아키젠은 조만간 법원에서 청산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아키젠은 청산절차에 들어갔지만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8~9개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