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내부를 통째로 바꾸는 인테리어 공사가 보편화되고 있지만, 화재에 대비한 안전 규정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11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군포 아파트 화재사건도 인테리어 공사 도중 불이 나서 애꿎은 이웃 주민들이 화마에 희생됐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군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1일 발생한 군포시 산본동 아파트 화재는 노후한 창문 섀시 교체를 위해 우레탄폼으로 작업을 하다가 발생했다.
우레탄폼은 단열을 위한 건축 내장재로, 불에 타기 쉽고 폭발적으로 연소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불에 타면 시안화수소 등 치명적인 유독가스를 만들어내 화재 피해를 크게 키운다. 때문에 우레탄폼 근처에는 화기를 멀리해야 하는데, 공사 현장에는 전기난로와 시너 등 가연성 물질이 즐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레탄폼을 사용하는 공사 현장 주변에 화기가 가득했던 이유는 현행법상 인테리어 공사가 별다른 안전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건축법상 인테리어, 즉 실내건축은 내부 벽이나 계단 등 구조를 변형하는 대규모 수선과 달리,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허가를 받거나 신고하지 않고도 공사가 가능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화재 위험이 있는 작업을 할 경우 가연성 물질에 대한 방호조치나 환기 등을 해야 하지만, 공사 여부조차 파악이 되지 않아 관리·감독이 쉽지 않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공사 사실을 알리게 돼있지만, 이들에게 현장을 관리·감독할 의무는 없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관할 지자체에 인테리어 공사를 신고한다면, 지자체가 화재 안전 관련 조치를 취하거나 관리·감독이 가능하지만 신고 의무가 없다"며 "더군다나 집 안에서 불꽃이 튀는 작업을 하거나 가연성 자재를 다룬다고 해도, 미리 파악할 방법이 없어 관리·감독은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인테리어 공사의 경우 현행법상 안전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엔 인테리어나 리모델링 붐을 타고 공사가 증가하고 있어 화재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2일 인테리어 중개 플랫폼 집닥에 따르면 올해 1~11월에 체결된 주거시설 인테리어 계약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20% 이상 증가했다. 집닥 관계자는 "집수리 및 인테리어 관련한 TV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소비자 욕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비용절감 차원에서 전문지식이 없는 개인이 직접 작업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네이버 카페 '셀프 인테리어 마이 홈'은 가입자 수가 20만명을 넘었고, 간편한 도배는 물론 섀시 교체나 욕실 인테리어 등 까다로운 작업에 대해서도 자문을 얻는 이들이 많다. 또 셀프 인테리어 유튜버들을 통해서도 손쉽게 따라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 등에선 인테리어 방법 및 과정에 대해서만 조명할 뿐, 안전문제에 대해선 전혀 지적하지 않는다. 경기 평택시에서 인테리어 업체를 8년째 운영중인 이종화(42)씨는 "특별한 자격조건 없이 재료를 사서 시공이 가능해, 직접 인테리어하는 사람들이 확실히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학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문지식이 부족한 개인은 물론, 인테리어 인부들도 불이 붙지 않는 불연재를 사용하는 등 안전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