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신용대출 규제 영향으로 지난달 국내 주요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 당장 필요한 대출이 아니더라도 미리 '마이너스 통장'을 뚫거나 대출을 받아놓자는 심리가 발동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주요 은행의 11월 말 기준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총 133조6,925억원이었다. 10월 말 대비 4조8,495억원 늘어난 수치로, 올해 8월 세웠던 최대 증가 폭(4조755억원)을 1조원 가까이 넘기는 진기록을 세웠다. 전월 말 대비 신용대출 잔액 증가분이 2조원가량이었던 9, 10월에 비하면 두 배가 넘는다.
특히 규제 적용이 시작된 30일 직전 나흘 동안 무려 2조원에 달하는 '막차' 대출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26일까지만 해도 전월 말 대비 개인신용대출 증가폭은 2조8,550억원 수준이었지만, 이후 27일부터 30일까지 추가로 1조9,945억원이 대출됐다. 30일부터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을 초과하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만 적용되는 규제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연소득 8,000만원 이상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하도록 권고했으나, 대부분 은행권은 소득 상관없이 전체를 대상으로 해당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불안감을 느낀 사람들의 선택은 '마통'이었다. 마이너스 통장의 경우 실제 대출을 발생시키지 않더라도 미리 설정한 한계만큼 대출잔액으로 잡힌다. 규제에 앞서 미리 마통을 만들고 한도를 최대한 늘려놓음으로써 신용대출의 대안으로 삼는 것이다. 실제로 5대 은행의 하루 신규 개설 마통 개수는 지난달 23일 기준 6,681개로 신용대출 규제 발표 전인 12일(1,931개)의 3.5배에 이르렀지만, 같은 날 마이너스 통장 대출 사용 비율은 30% 후반에 불과했다. '일단 만들고 보자'는 사람들이 늘어난 탓이다.
11월 가계대출도 역대 최고로 증가했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666조9,716억원으로 10월 말보다 약 9조4,195억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도 크게 늘어 전달 대비 4조8,539억원 증가한 470조4,238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