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안내견 공부 중입니다"
지난달 29일 롯데마트 잠실점에서 매니저가 교육 중인 출입을 막으면서 언성을 높인 사건에 있었던 예비 안내견의 조끼에 적혀 있던 말이다. 그리고 밑에는 삼성 로고가 크게 적혀 있었다.
갑자기 웬 삼성인가 싶지만 사실은 사연이 있다. 삼성은 1993년 안내견학교를 설립한 이래 27년 동안 무료로 안내견을 분양하고 있다. 국내에서 장애인을 돕는 개를 양성하는 곳은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와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 이 두 곳뿐이다. 그나마도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는 청각장애인 도우미견을 위주로 양성한다.
하우종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차장은 1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1993년부터 안내견 학교를 설립, 현재 이곳에서 양성을 받은 안내견들은 250마리에 달한다"며 "1년에 10~12마리 정도 분양하고, 현재 활동 중인 안내견은 60마리 정도"라고 설명했다.
'롯데마트 잠실점 안내견 논란'이 확대하면서 사건에 대한 오해도 커졌다. 장애인이 안내견을 데리고 매장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막힌 일로 오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하 과장에 따르면 해당 사진에 나온 것은 퍼피워킹 중인 퍼피워커였다.
퍼피워킹은 생후 7주된 강아지를 1년 동안 자원봉사자 가정에 위탁하는 사회화 과정을 뜻한다. 퍼피워커는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의 안내견이 될 강아지를 일정 기간 자신의 집에서 돌봐주며 훈련하는 자원봉사자다. 이 과정을 통해 예비 안내견들은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법과 올바른 품행 등을 익힌다.
생후 1년 후에 안내견 학교로 돌아온 예비 안내견들은 담당 훈련사에게 배정돼 6~8개월 동안 훈련을 본격적으로 받는다. 이후 시각장애인과 가장 잘 맞는 안내견을 정해서, 약 한달 동안 교육을 받으며 함께 생활한다. 이 단계를 지나야 안내견이 분양된다.
하 차장에 따르면 일반 자원봉사자들을 뽑을 때는 △누군가가 상주해 있고 △미취학 아동이 없고 △키우고 있는 반려견이 없는 가정을 중심으로 고려한다.
현재 논란이 일어난 롯데마트 잠실점의 경우는 안내견이 아닌 '예비안내견'이다. 자원봉사자의 집에 머물며 사회화를 공부하고 있는 중이다. 사건이 일어난 당시에는 '마트에서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는 법을 공부하는 중입니다'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 차장은 "(안내견 입장은) 법적으로도 보장돼 있고 또 실제로 입장 거부를 하지 못하게끔 일부러 조끼에 안내견 표시도 해놓은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하 차장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혹시나 예비 안내견이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리트리버는 성격이 좋아 회복 탄력성도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온라인에 퍼진 예비 안내견의 기 죽어보이는 사진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하 차장은 오히려 "이번 사건으로 일반인들이 예비 안내견의 존재와 그 필요성을 더 많이 알게 됐으면 좋겠다"며 "그러면서도 우리 사회에서 '퍼피워킹을 배려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새겨진 것 같아 한편으로는 다행인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를 다시 주목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삼성 의문의 1승", "롯데는 뭐하나" "삼성 좋은 일 많이 하는 건 인정해줘야 한다"는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롯데마트는 이날 오전 전 지점에 '안내견은 어디든지 갈 수 있어요!'라는 제목으로 안내견이 식품매장과 식당가 출입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붙였다고 밝혔다. 롯데마트 측은 전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직원 교육도 진행할 예정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대면 교육 어려움으로 적절한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며 "자원봉사자와 매니저가 직접 두 차례 통화를 통해 화해를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