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1일 자국산 스테인리스스틸바(SSB)에 부과된 한국의 반덤핑 관세 조치와 관련,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일부 위배된다는 판정에 근거해 한국에 신속한 시정을 촉구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WTO의 일부 판단에 법리적인 오류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상소할 뜻을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이번 패널 보고서의 판단과 권고에 따라 WTO 협정에 반하는 것으로 인정된 과세 조치를 신속히 철폐하는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경제산업장관도 "(한국 측에) WTO 패널의 판단을 받아들여 성실하고 신속하게 시정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WTO는 전날 일본산 SSB에 대한 한국의 반덤핑 관세와 관련해 일부 분석 방법이 WTO 반덤핑 협정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패널 보고서를 회람했다. 이에 따르면, 관세를 철폐할 경우 국내 산업의 피해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한국 측 주장에 대해 "합리적이고 적절한 이유로 뒷받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관세 조치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한국 무역위의 심사와 관련해 결과와 조사 절차 상 하자가 있다는 지적이다. NHK는 이로 인해 지금까지 일본 기업에 69억엔(약 731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인도·스페인산 등 수입산 SSB에 대해 2004년 이후 16년간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 동안 관세 유지 필요성에 대한 재심을 4차례 진행했고, 4번 모두 필요성이 인정돼 관세 조치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일본은 2017년 3월 3차 재심 결과가 WTO 반덤핑 협정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2018년 6월 WTO에 제소한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WTO는 실체적 쟁점 5개 중 2개에서 한국 측 손을 들어줬다. 일본산과 한국산 SSB 간 근본적인 제품 차이가 존재하며, 한국 무역위원회가 일본산 SSB 이외 요인으로 인한 피해를 일본산에 전가했다는 일본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일본산 덤핑물품과 한국산 동종물품의 가격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점과 일본 생산자의 생산능력 산출 방법, 생산능력 산출 시 통계자료 사용의 적정성 등에 대해선 한국 무역위 결정이 WTO 협정에 불합치한다고 밝혔다.
특히 WTO는 무역위가 일본산과 인도산 SSB의 피해를 합산해 평가(누적 평가)한 것이 적법했는지와 관련해선 '사법 경제'를 이유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무역위가 누적 평가를 하지 않은 일본산 SSB 가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문제 삼았다. 이에 한국 정부는 "WTO가 심리 권한을 월권하고 법리적인 오류를 범했다"고 반박했다.
누적 평가의 적법성 여부는 분쟁 해결과 관련 있는 내용임에도 판단을 회피하면서 누적평가를 하지 않은 일본산 SSB 가격에 대해서는 일본 측 제소장에 포함되지 않은 쟁점을 WTO가 임의로 재구성해서 한국 측에 패소 판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WTO 패널 결론에 불복하고 분쟁해결절차에 따라 상소할 예정이다. 다만 WTO 사무총장 선거 등으로 재판부 구성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일본 측과의 중재 등 협의도 이어갈 예정이다. 산업부는 "WTO 절차에 따라 최종 결론이 내려질 때까지 기존 반덤핑조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