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직무배제ㆍ징계청구’라는 초강수를 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고립무원’의 처지가 됐다. 전국 일선 검찰청 59곳 전부에서 ‘위법ㆍ부당한 조치’라는 현직 검사들의 집단반발이 나온 데 이어, ‘추미애 라인’으로 꼽히는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총장 권한대행)도 “한 발만 물러나 달라”면서 재고를 요청한 탓이다. ‘직속 검사’들인 법무부 소속 중간간부들도 같은 목소리를 내며 가세했다.
그럼에도 추 장관은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끝까지 윤 총장 징계를 밀어붙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윤 총장 직무배제 조치를 철회하거나, 2일 예정된 법무부 검사 징계위원회를 연기하는 등 한 발짝 물러서기보다는 당초 방침대로 ‘윤 총장 해임’을 강행할 것이라는 뜻이다.
추 장관에 대한 현직 검사들의 집단반발 움직임은 30일 ‘사실상 전원 동참’이라는 형태로 마침표를 찍었다. 조 차장검사는 이날 오전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검찰개혁의 대의를 위해 장관님, 한 발만 물러나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조 차장검사는 검찰개혁을 추진해 온 추 장관의 공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총장님에 대한 징계청구 및 직무정지 처분을 재고해 달라”고 읍소했다.
조 차장검사의 이 같은 입장 발표는 지난 24일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집행정지 및 징계청구’ 처분 발표 이후 평검사부터 고검장에 이르기까지, 지위고하를 막론한 검사들의 집단반발 움직임이 정점에 도달했음을 보여 주는 상징적인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도권 소재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조 차장검사는 윤 총장을 제외하곤 검찰 내 최고위직인 데다, 친정부적 성향으로도 알려져 있어 추 장관도 나름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 장관의 ‘참모진’인 법무부 소속 차장ㆍ부장검사급 중간 간부 12명도 ‘반기’를 들고 나섰다. 법무부 중간간부들은 △윤 총장 징계위원회 중단ㆍ연기 △징계위 진행 시 ‘주요 참고인’ 심재철 검찰국장 배제 △감찰 과정에서 불거진 징계혐의 관련 의혹 진상규명 등의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고기영 법무부 차관을 통해 추 장관에게 전달했다. 법무부에서마저 추 장관에 동조하고 있는 간부는 심재철 검찰국장, 박은정 감찰담당관 등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조계ㆍ정치권에선 추 장관이 ‘검찰 조직 전체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압도적이다. 지방검찰청의 한 차장검사는 “법무부 내에서 추 장관은 ‘평소 일부 신뢰하는 사람들 얘기를 듣고 일단 결정하면 뒤돌아보지 않고 돌진하는 스타일’이라는 평가가 많다”며 “검찰총장 직무배제ㆍ징계청구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를 번복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검찰 구성원들의 입장을 존중, 추 장관이 징계위 개최를 미룰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수도권 검찰청의 또 다른 부장검사는 “대통령에게도 보고한 사안(징계위 개최)을 연기하면 ‘추 장관 책임론’이라는 역풍이 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추 장관이 미루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기호지세(騎虎之勢ㆍ달리는 호랑이에 올라타 내릴 수 없는 형국)의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게다가 이날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나온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내용도 추 장관이 윤 총장 징계를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소속 부처나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받드는 선공후사의 자세로 위기를 넘어 격변의 시대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는데, 검찰의 집단반발을 겨냥한 언급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여당 관계자는 “청와대가 사실상 추 장관에게 ‘그린 라이트’를 준 것”이라면서 “추 장관으로선 거칠 것 없이 윤 총장 징계를 밀어붙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