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민들 "전두환 구속하라" 분노… 포박 조형물도 등장

입력
2020.11.30 14:11
보수 유튜버와 실랑이도
법원 주변 경찰 배치 삼엄


"전두환을 감옥으로 보내라" '5·18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89)씨의 재판이 열리는 30일 광주지법 앞에서는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와 시민단체 등 100여명이 모여 울분을 토해냈다.

참가자들은 전씨의 재판이 열리기 전인 낮 12시30분부터 법원 주변에서 '오월 영령들은 통곡한다', '법정 최고형인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하라', '발포명령 인정하고 재판부는 엄벌하라' 등을 쓴 손팻말과 현수막을 들고 전씨의 사법적 단죄를 연신 외쳤다.

오월단체 등은 오월영령에 대한 묵념과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시작으로 문화제를 이어갔다. 5·18기념재단 이사장과 오월단체,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발언자로 나서 한목소리로 5·18 역사 왜곡 근절과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유족 이근례(82)씨는 "전두환은 역사 앞에 사죄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군복 차림의 전씨가 포승줄에 묶여 무릎을 꿇고 있는 '전두환 포박 조형물'도 등장했다. 이 조형물은 지난 5월 서울과 광주에서 5·18 40주년 기념 차량 퍼레이드에 쓰였던 것을 축소 제작한 것이다. 오월단체와 시민들은 해당 조형물을 때리는 등의 퍼포먼스를 펼쳤다.

앞서 행사 시작 전 보수 유튜버와 시민간 충돌을 빚기도 했다. 낮 12시10분쯤 40대로 보이는 한 보수 유튜버가 시민들을 향해 "5·18은 폭동이다"고 외쳤다. 시민과 오월단체는 "욕 처먹으러 왔냐" 등 거센 항의가 이어졌고 양측은 몸싸움 충돌 직전에서야 경찰의 제지로 실랑이를 멈췄다.

법원과 경찰은 법원 주변에 펜스를 설치하고 출입을 통제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법원 주변에는 경찰버스로 차벽을 설치했고 인도는 펜스를 설치해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법정 질서 유지를 위해 곳곳에는 사복·정복 차림의 경찰관을 배치했다.

앞서 오전 8시42분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출발한 지 3시간40여분 만인 12시27분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광주지법 법정동 입구 앞에 도착한 전씨는 부인 이순자씨와 함께 차량에서 내려 검은색 중절모를 눌러 쓰고 주변을 한두 차례 둘러본 뒤 경호원의 손에 이끌려 법정동으로 향했다. 전씨의 재판은 오후 2시부터 진행 중이다.

오월단체 등은 판결이 끝나면 입장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고 조 신부의 조카이자 고소인 조영대 신부와 법률대리인 김정호 변호사, 오월단체 대표 등이 차례로 이번 판결 관련 의견을 밝힌다. 전씨가 법정을 나오면 항의 퍼포먼스도 계획하고 있다.

광주= 하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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