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가는 전두환...'사과하라' 요구에 "시끄럽다" 호통

입력
2020.11.30 10:22
30일 광주지법서 사자명예훼손 혐의 선고공판

'5·18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30일 1심 선고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광주로 출발했다. 전 전 대통령은 자택을 나서며 사과를 요구한 시위대에 호통을 쳤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42분쯤 부인 이순자(82)씨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와 대기 중이던 승용차에 올라타 광주로 출발했다. 검정 양복 차림에 중절모, 마스크를 쓴 모습이었다.

전 전 대통령은 승용차에 올라타기 전 자택 앞에 모인 수십명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시위대가 '전두환을 법정구속하라' '전두환은 대국민 사과하라' 등 구호를 외치자, 시위대를 향해 한 마디를 하고 경호원 도움을 받아 차에 올라탔다. 전 전 대통령은 시위대에게 "시끄럽다 이놈아"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연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기총 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며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주장,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2018년 5월 3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달 5일 결심공판에서 전 전 대통령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다양한 자료와 여러 진술을 확인,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이 실재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5·18 때 발포 허가의 책임이 있는 전 전 대통령이 회고록 발간 당시까지 헬기 사격에 부합하는 자료가 다수 존재했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조 신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점에 비춰 범죄의 고의성이 있다고 봤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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