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감찰 검사 "법무부, 내 의견 무시하고 징계 밀어붙여" 폭로

입력
2020.11.2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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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감찰담당관실 파견 검사, 내부망에 글
"감찰 절차 어긴 '짜맞추기식' 위법 감찰'" 비판
"수사의뢰 내용과 양립할 수 없는 내용 삭제도"
법무부 "직권남용 혐의 성립 여부만 이견" 반박

윤석열 검찰총장의 '재판부 사찰' 의혹과 관련한 감찰업무를 담당했던 검사가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의견을 무시한 채, 법무부가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와 징계처분, 수사의뢰 처분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이 법원에 제기한 직무배제 처분 집행정지 신청 심문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나온 양심선언 성격의 증언이라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정화(41ㆍ사법연수원 36기) 검사는 29일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징계 절차의 문제점’이란 글을 올려 “총장님에 대한 수사의뢰 결정은 합리적이고 법리적 검토 결과를 토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그 절차마저도 위법하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정화 검사는 자신이 최근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 파견돼 윤 총장 징계청구 사유 중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의 법리검토를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이 검사는 “(재판부 사찰) 문건에 기재된 내용과 (윤 총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의 성립 여부에 대한 다수 판결문을 검토ㆍ분석한 결과, 성립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감찰담당관실에 있는 검사들도 제 결론과 다르지 않아 그대로 기록에 편철했다”고 썼다.

이 검사에 따르면 감찰담당관실에서 확인한 내용은 문건의 전달경로가 유일했다고 한다. 문건 내 ‘물의야기 법관' 리스트가 포함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24일 오후 5시20분쯤 문건 작성 경위를 알고 있는 사람과 접촉을 시도했는데, 추 장관은 이날 오후 6시10분쯤 윤 총장을 직무배제하고 징계를 청구했다고 발표했다. 실무 검사의 사실관계 확인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윤 총장 직무배제ㆍ징계청구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틀 후인 26일 ‘주요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윤 총장을 대검에 수사의뢰했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이 작성한 검토 보고서 중 일부가 아무런 설명 없이 삭제됐다고 이 검사는 주장했다. 이 검사는 “제가 검토했던 내용 중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성립 여부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거나 내용상 오류가 존재한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없었다”면서 “감찰담당관실에서 총장님에 대한 의혹 사항에 관해 저와 견해를 달리하는 내용으로 검토를 했는지 여부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제가 작성한 내용 중 수사의뢰 내용과 양립할 수 없는 부분은 합리적 설명 없이 삭제됐다”고 했다.

검찰 안팎에선 이 검사의 주장이 맞다면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이 감찰 절차를 어긴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검사 개인의 보고서와 상급자 의견이 다르면 논의 끝에 정리된 의견을 담아 보고서를 수정하거나, 보고서로 채택하지 않는다. 이 검사 주장대로라면 상급자들이 사실관계 확인도 하지 않은 채,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윤 총장의 직무배제ㆍ징계청구 및 수사의뢰를 강행한 셈이 된다.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결국 ‘윤 총장 몰아내기’라는 결론을 위해 문건이 존재한다는 단편적인 사실과 입맛에 맞는 의견들로 감찰 결과를 짜맞춘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방검찰청의 고위 간부도 “감찰 절차가 위법하다면 법원에서 윤 총장 손을 들어주지 않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추 장관 입김이 강한 징계위원회에선 윤 총장 징계를 밀어붙일 수 있겠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은 이정화 검사의 주장을 반박했다. 감찰담당관실은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의 작성을 지시하고 감독책임을 지는 검찰총장의 직무상 의무위반에 해당해 징계사유로 볼 수 있다는 점에 관해 이견이 없었다”고 밝혔다. 직권남용 혐의 성립에 대해선 이견이 있었지만, 유사한 내용의 문건이 더 있을 수 있는 만큼 강제수사할 필요성이 있어 수사의뢰한 것이라고 감찰담당관실은 설명했다.

안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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