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사찰 문건' 압수수색 논란 확산… "법무부 지시 위법" vs "지휘 없었다"

입력
2020.11.2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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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수색 당시 법무부 관계자와 통화사실 드러나  
대검 감찰부는 "구체적 내용·상황 공유 안했다" 반박 
수사 참고자료 이첩 두곤 "위법한 지휘권 행사" 논란

대검찰청 감찰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판사 사찰' 의혹 수사와 관련한 대검 사무실 압수수색 현장에서, 법무부로부터 위법한 수사지휘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검 감찰부는 "규정에 따라 법무부에 사건발생 보고를 한 것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법무부와의 사전교감설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검 감찰부는 28일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대검 감찰부는 "법무부로부터 수사 참고자료를 이첩받아 검토한 결과, 신속히 범죄혐의 관련 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 총장 징계청구 관련 브리핑 내용을 미리 알고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대검 감찰부의 입장문은 추 장관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과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사실상 압수수색 현장을 지휘했다는 언론보도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대검 감찰부 관계자는 본보 통화에서 "검찰보고 사무규칙에 따라 간단한 내용으로 사건발생 보고를 했고, 법무부 관계자들이 구체적인 상황을 물어보는 연락이 오자 보고내용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을 설명했을 뿐"이라며 법무부가 압수수색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은 되레 법무부가 구체적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를 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수사경험이 풍부한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수사를 의뢰한 기관인 법무부에 압수수색 상황을 실시간 보고하는 건 검찰이 고소사건 관련해 압수수색 하면서 고소인과 통화하며 꼴"이라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도 "대검 감찰부가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청구 내용과 시기에 맞춰서 결론을 정해놓고 밀어붙이는 것 아니겠냐"고 강조했다. 대검 감찰부는 그러나 "구체적 수사내용을 미리 알리지도 않았고, 법무부 지휘나 지시도 없었다"며 거듭 방어막을 치고 있다.

대검 감찰부가 윤 총장을 겨냥한 수사에 본격 착수하기 전에 법무부가 '수사 참고자료' 형태로 '판사 사찰' 의혹 사건을 이첩한 점을 두고도 적법성 논란이 불거졌다. 일각에선 자료 이첩은 금융감독원이나 감사원 등 외부기관에서 수사의뢰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으로 사건 정보를 넘기는 것과 유사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간 법무부로 접수된 진정사건이나 검사 비위 첩보를 대검 감찰부에 이첩해 관행과도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한 24일 대검 감찰부가 곧바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점에 비춰볼 때, 법무부가 생산한 참고자료가 수사의뢰 수준에 해당하는 자료일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법무부가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된 지 하루 뒤, '판사 사찰' 의혹을 대검에 수사의뢰한 점도 논란거리다. 검사장급 검찰 고위간부는 "법무부가 구체적 사건에 대해 대검 감찰부를 지휘할 수 없으니 지휘권 행사를 '수사 참고자료' 이첩으로 포장한 것"이라며 "윤 총장에 대해 징계청구한 뒤 수사의뢰한 것은 기소한 뒤 수사한 것과 마찬가지로 억지"라고 비판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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