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랄 게 없어요. 부르는 게 값이고, 매물 자체가 없었으니까요.”
지난 여름부터 전셋집을 구하러 서울 시내 곳곳을 다니며 '전세 대란'을 몸소 겪은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의 말이다. 당 이름으로 내는 ‘논평’에서 정부 부동산 정책을 비판할 땐 세입자의 고충이 이 정도일지 몰랐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24일 이사를 하게 되었지만 마음이 후련하지만은 않다. 최고위급 정치 권력에, 억대 연봉(세비)를 받는 국회의원마저 이토록 고생스러운데, 사정이 더 나쁜 국민들이 집 걱정에 추운 겨울을 보낼 일이 눈에 선하기 때문이란다.
최 원내대변인은 서울 송파구의 신축급 84㎡ 크기 아파트에 4년간 살았다. 보증금 6억원·월세 60만원의 반전세였다. 올해 초 집주인이 계약 만료 후 직접 입주하겠다고 알리는 바람에, 전세 전쟁에 뛰어들게 됐다. '임대차 3법'의 지난 7월 국회 통과 이후 전세 시장은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최 원내대변인 부부는 시간 날 때마다 집을 보러 다녔다. 동네에서 같은 평수 아파트를 구하자니, 보증금 10억원에 월세 100만원까지 이미 치솟아 있었다. 최 원내대변인은 “그 자리에서 계약하지 않으면 매물이 사라져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고 했다.
최 원내대변인은 국회와 멀지 않은 곳에 50년 가까이 된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구했다. 처음 알아볼 때 8억원이었던 전세시세는 계약 당시 9억원대까지 올랐다. 모자란 목돈은 맞벌이 하는 부부가 이른바 '영끌', 즉 영혼까지 끌어 모아 마련했다. 전세 대란 와중엔 국회의원도 '을'일 뿐이었다. 그는 재건축 사업이 빨리 진행되면 계약기간 전에 퇴거해야 할 수도 있지만, 별 수 없었다. "이전엔 비록 내 집은 아니지만 집 가진 사람 못지 않게 원하는 집을 빌려 살 수가 있었는데, 이제는 10억원을 갖고도 전세를 구할 수 없는 나라가 됐다."
최 원내대변인은 올해 8월 공직자 재산 신고 때 부동산을 포함해 약 10억원을 신고했다. 그는 1주택자다. 세입자가 있어 바로 들어가 살 수 없지만, 서울 광진구에 30년 된 소형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무주택 서민 세입자들에 비하면 처지가 훨씬 낫다. '돈'이 있는데도 전셋집을 구할 수 없는 것, 최 원내대변인의 문제 의식이다. "집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아 '원하지 않는 1주택자'로 사는 사람 중에 전·월세를 구하지 못해 동동거리는 경우가 많다. 정부의 전방위 부동산 규제 때문이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비슷한 일을 겪지 않았나."
호텔 객실을 개조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수도권 외곽 택지 개발 등 수요자 욕구와 동떨어진 주택 공급 정책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더했다. 최 원내대변인은 "'비 새는 판잣집에 사랑만 있으면 된다'는 건 옛날 말이고,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깨끗하고 직장과 가까운 집"이라며 "‘모두가 아파트 살 필요 없다'고 말하는 여권 인사들이 그걸 알아야 할 텐데..."라고 탄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