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월급 현금으로 받아 집에 쌓여있다"... 왜?

입력
2020.11.2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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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보안법 강행 탓에 미국 제재 명단 올라
앞서 "신용카드 사용도 방해받아" 말하기도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이 “집에 현금 다발을 쌓아놓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을 놓고 미국 재무부가 관련 인사들에 대해 제재 조치를 내린 것이 이유다. 신용카드 사용이 막힌 람 장관이 은행 거래까지 차단되면서 세계 금융 중심지의 수장이 금융에 접근하지 못하는 풍경이다.

람 장관은 27일(현지시간) 홍콩인터내셔널비즈니스채널(HKIBC)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은행 계좌가 없다”며 “홍콩 정부는 내 월급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어 매일 모든 일에 현금을 쓰고 있다”며 “집에 현금을 쌓아놓고 있다”고 말했다. 람 장관의 연봉은 520만홍콩달러(약 7억4,000만원)으로 전 세계 정부 지도자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홍콩 민주화 운동가인 네이선 로(羅冠聰)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중국 국영은행조차 람 장관에게 금융 서비스를 공급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유는 미국의 금융 제재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8월 람 장관과 크리스 탕 경무처장 등 홍콩 전ㆍ현직 고위 관리 11명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재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들이 홍콩의 표현의 자유와 민주적 절차를 억압하는 정책을 이행하는 데 ‘직접적 책임’이 있다”고 제재 이유를 밝혔다. 중국이 홍콩보안법 시행을 강행한 데에 책임을 물은 셈이다. 재무부의 제재 조치로 람 장관 등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고 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도 금지됐다.

이뿐이 아니었다. 미국 국무부는 대선을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지난 10월, 의회 제출 보고서를 통해 재무부의 제재 명단에 오른 람 장관 등과 중요한 거래를 한 금융기관을 6개월 이내에 식별해낼 것이라며 세컨더리 보이콧을 예고하기도 했다. 미국과의 거래를 이어가야 하는 중국 국영은행들이 제재를 피하기 위해서는 람 장관과의 거래를 끊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람 장관이 금융 거래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미국의 제재 직후인 8월 17일 람 장관은 중국 국영 CGTN 인터뷰에서 “금융 서비스 이용에 있어 거래 기관이 미국과 관련돼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며 “신용카드 사용도 방해받는 것 중 하나”라고 말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를 두고 비자와 마스터 등 국제 카드사가 람 장관의 해외 결제 신용카드 이용에 제한을 걸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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