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5·18 당시 헬기 사격을 제기한 종교인을 비난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9)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가 30일 열린다. 이번 재판에서는 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는지도 함께 판단하게 돼 역사적 의미가 클 것으로 보인다.
29일 법원 등에 따르면 전씨의 1심 선고는 30일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전씨가 출석한 가운데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검찰은 전씨에게 징역 1년6개월 구형한 상태다.
전씨는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을 했던 조비오 신부에 대해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명예훼손죄는 사실을 적시했더라도 성립할 수 있지만, 사자명예훼손죄는 허위사실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점이 인정돼야 성립한다. 따라서 5·18 당시 광주에서 헬기 사격이 있었는지가 재판의 핵심 쟁점이다.
검찰은 목격자들의 증언과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그리고 광주에서 가장 높았던 전일빌딩 10층 탄흔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및 주한 미국대사관 비밀 전문 등을 토대로 헬기 사격이 실제로 있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전씨의 변호인은 "헬기 사격이 있었다면 10만 광주시민이 목격했을 것이고 대낮에 벌어진 사건이라 증거가 차고 넘쳐야 하지만 탄피 등 객관적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며 "헬기 사격설은 비이성적 사회가 만들어낸 허구"라고 맞서왔다. 전씨도 지난 4월 법정에서 "내가 알기로는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법원은 선고 당일 광주시민과 시민단체가 법원 앞에서 전씨의 단죄를 촉구하는 문화제를 개최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돌발상황 통제를 위해 경찰에 경비인력 배치를 요청했다. 광주경찰청은 전남경찰청 등과 협조해 정보경찰과 강력팀 형사 등 600여명을 배치할 예정이다.
광주시민과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30일 낮 12시30분부터 법원 주변에서 전씨의 사법적 단죄를 촉구하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