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가 바이올린 소나타를 세상에 처음 내놓은 건 40대 중반이 돼서였다. 천재적인 음악성에 비해 다소 늦은감이 있었다. 완벽성을 추구했던 작곡가의 고집이 반영된 결과였다. 사실 브람스는 1879년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을 쓰기 전에도 네다섯곡의 소나타를 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 발표하지 않았다. 세상에 남아 있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세 곡은 그만큼 수작 중에서도 수작이라는 뜻이 된다. 다른 작품들처럼, 기쁨과 슬픔을 넘나드는 브람스 특유의 감정선이 매혹적이다.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가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함께 다음달 18일부터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연주한다. 정경화라는 이름만으로도 설명이 불필요한 공연이지만, 브람스 프로그램은 더욱 특별하다. 정경화가 1997년 발매한 브람스 소나타 음반은 ‘디아파종 황금상’을 수상한 불후의 명반이다. 정경화는 지난해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전국을 돌며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연주 투어를 마무리 할 정도로 브람스에 애착이 깊다.
바이올린 소나타에서 피아노는 단순 반주 역할에 그치지 않고 바이올린만큼이나 풍부한 음악적 해석이 요구된다. 정경화와 호흡을 맞추는 피아니스트는 김선욱. 베토벤 전문가로 유명하지만 브람스에도 일가견이 있다. 지난 9월 정명훈 지휘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녹음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 음반을 공개한 바 있다.
브람스 소나타 1번은 최근 방송된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바이올린 하는 사람은 다 좋아하는 곡"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특히 1번 2악장은 브람스가 짝사랑했던 클라라 슈만이 아들을 잃고 힘들어하자 위로를 하기 위해 만든 곡으로 알려져 있다. "온화하고 가벼운, 비 오는 저녁의 달콤씁쓸한 분위기가 난다"는 작곡가의 설명대로 이 소나타의 부제는 '비의 노래’(Regenlied)'다.
정경화·김선욱의 듀오 무대는 다음달 18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20일 오후 5시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