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20세대' 지원사격으로 바이든 경합주 승리했다"

입력
2020.11.27 18:00
진보성향 뚜렷한 美젊은층
경선땐 샌더스·워런 지지했지만
"트럼프 재선부터 막자" 본선 몰표

지난 3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진보 성향이 뚜렷한 ‘1020 세대’ 유권자들이 조 바이든 당선인의 백악관 입성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대학가에서 압승이 경합주(州) 승리를 견인했다는 평가다. 다만 바이든 당선인에 대한 선호보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더 크게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26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은 젊은 민주당원들이 선호하는 대선 후보가 아니었지만, 청년들의 도움으로 백악관 입성을 확정 지었다”고 보도했다. 실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내내 30세 미만 당원의 표심은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같은 '진보 인사'에게 쏠렸다. 중도 성향의 바이든 당선인은 고령의 백인 기득권 남성 이미지가 강해 담대한 변화를 이끌 인물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1년 전 아이오와주 여론조사에선 30대 미만의 바이든 후보 지지율이 2%까지 내려앉았다.

그러나 본선에서 바이든 후보는 ‘차악’ 후보로, 반(反)트럼프 정서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올해 18세 이상 29세 이하 유권자의 대선 투표율은 4년 전보다 10%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는데, 바이든 지지세가 확연했다. 14만명 이상의 미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투표 행태를 분석한 AP통신의 보트캐스트(VoteCast) 조사 결과, 1020 세대 유권자 중 3분의 2에 달하는 61%가 바이든 당선인에게 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비율은 36%에 그쳤다. 한 펜실베이니아대 재학생은 “바이든은 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후보”라면서도 “트럼프를 내쫓는 게 더 급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이 격전지 미시간과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를 탈환한 것 역시 대학생 유권자 지원 덕분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일례로 미시간대 캠퍼스가 속한 위시트노카운티와 미시간 주립대가 있는 잉햄카운티에서 바이든 당선인은 4년 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보다 12만표를 더 받았다. 대학가에서만 미시간주 전체 표차(14만7,000표)와 맞먹는 표를 추가한 셈이다. 민주당 고액 정치자금 기부를 담당하는 슈퍼팩(특별정치활동위원회) ‘프라이오러티 USA’의 가이 세실 의장은 “다른 경합주에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당락을 가른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후 바이든 당선인이 샌더스 의원과 손잡고 진보 의제를 적극 수용한 전략도 유효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사회보장연금 인상, 건강보험 혜택 확대, 반이민정책 수정을 공약했다. 보트캐스트에 따르면 18~29세 유권자들은 다른 연령대보다 인종차별과 경찰폭력 문제 대응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여름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지지를 표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율 격차를 늘렸다. 선거 이후 청년 유권자들은 바이든 당선인의 인선, 공약 수행 견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기성 정치를 흔드는 ‘유스퀘이크(youthquakeㆍ젊은이들의 반란)’가 더 뚜렷해졌다”고 평가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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