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공화당도 챙길 건 챙겼다

입력
2020.11.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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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민주당의 조 바이든이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 되었다. 미국 전체 득표율은 51%대 47%이지만, 선거인단은 306대 232로 대승이다. 혹자의 표현대로 ‘아슬아슬하게 압도적으로’ 당선되었다. 3% 미만의 표 차로 승자가 확정된 7개 주 중에서 6개에서 바이든이 이겼고, 선거인단 제도의 승자 독식 룰 덕분에 막판에 선거인단을 대거 가져갔다.

하지만, 흥미진진했던 박빙의 대선 때문에 잊고 있던 것도 있다. 연방의회, 주지사, 그리고 주의회 의원들을 뽑는 선거도 같이 있었다. 연방상원은 선거 전 53대 47로 공화당이 다수였고 선거 후는 50대 48이다. 1위가 50% 이상 득표를 못하면 결선투표를 하도록 한 조지아주 2석이 미정인데, 1월 결선에서 민주당이 둘 다 이기지 않는 한 다수당은 공화당이 될 전망이다. 연방하원은 선거 전 233대 202로 민주당이 다수였는데 선거 후 222대 213으로 의석 수 차이가 많이 줄어들어 민주당이 과반에서 고작 4석밖에 여유가 없다. 대부분의 정책이 대통령과 연방 상하원의 협력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바이든 행정부의 앞날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주의회 선거 결과이다. 표면상으로만 보면, 큰 변화가 없는 듯 보인다. 11명의 주지사를 뽑았는데, 몬태나주만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바뀌었고 다른 주는 당선인의 정당이 이전과 같다. 주의회도 뉴햄프셔 한 곳만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다수당이 바뀌었고 다른 주들은 모두 이전과 동일하다. 주지사는 27대 23, 주의회는 31대 18로 공화당이 모두 우세하다.

그런데, 올해는 10년마다 한 번씩 있는 센서스 인구조사를 한 해이다. 연방헌법에 따르면, 이 인구조사를 기준으로 연방하원의원의 주별 의석 수를 새로 정하고, 선거구 당 인구 수가 비슷하도록 선거구 획정을 다시 해야 한다. 또한, 모든 주의 주의회 선거구도 비슷한 방식으로 다시 정해야 한다. 문제는 선거구 획정을 누가 하는가이다.



50개 주 중 선거구 획정을 주의회에서 담당하는 주는 모두 34개이다. 나머지 주는 연방하원 의석이 1석뿐이어서 선거구 획정을 하지 않거나 정당으로부터 독립된 기구에서 담당한다. 그런데, 주의회의 다수당이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짜집기해온 사례가 지나치게 많다. ‘게리멘더링(gerrymandering)’이라고 불리는데, 상대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을 최대한 많이 한 지역구에 몰아넣어서 그 외의 다수 지역구에서는 결과적으로 자신의 정당이 유리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바로 이전 센서스 인구조사를 한 2010년은 오바마 대통령 당선 후 중간선거였는데, 공화당이 주의회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었고 이를 토대로 자신에게 유리한 선거구 획정을 했다. 주의회에서 선거구를 정하는 주 중 65%를 공화당이 장악했었고, 그 결과 이곳에서는 공화당에 유리한 지역구가 123개에서 139개로 늘었다. 그 이외의 주에서는 어느 한 정당에 유리한 지역구 숫자가 모두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예를 들면, 2012년 선거에서 펜실베이니아 전체 민주당 후보들의 득표를 다 합치면 50%가 넘었지만 연방하원의원 의석은 18석 중 5석만 가져왔다. 노스캐롤라이나와 위스콘신도 비슷해서, 주 전체 민주당 후보 득표율 합은 과반이었지만 연방하원 의석은 각각 31%와 38%에 불과했다.

공화당에 유리한 선거구는 2020년 올해 선거까지도 영향을 미쳤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박빙이었던 주들도 연방하원은 공화당 후보가 더 많이 당선된 것이다. 조지아는 8대 6, 위스콘신은 5대 3, 노스캐롤라이나는 8대 5, 플로리다는 16대 11, 그리고 텍사스는 23대 13으로 공화당 우세인 결과가 나왔다. 주대법원이 개입해서 게리멘더링을 못하게 막은 펜실베이니아에서 9대 9의 결과가 나온 것과 확연히 대비된다.

이 모두가 이들 주 주의회의 다수당이 공화당이어서 가능했던 것이다. 그래서 올해 주의회 선거 결과는 의미심장하다. 주의회가 선거구 획정을 하는 34개 주 중 공화당이 다수인 곳은 24개로 2010년보다도 더 늘었다. 이곳에서 게리멘더링이 또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공화당에 유리한 선거구들이 유지되거나 더 편파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020년 대선에서는 졌지만, 공화당이 전부 다 진 것은 아닌 듯 보인다.

박홍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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