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을 맞은 미국에서 약 600만명이 항공기 여행에 나서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가 현실화 하고 있다. 보건당국의 이동·모임 자제 당부에도 연휴를 맞은 시민들이 이동을 강행하면서 1~2주 안에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교통안전청(TSA)은 26일(현지시간) 추수감사절 대이동이 시작한 20일부터 엿새 동안 595만여 명이 항공기 여행에 나섰다고 밝혔다. TSA의 트위터 공지에 따르면 매일 90만~100만명이 비행기를 이용했고 특히 추수감사절 전날인 25일 이용자 수(107만967명)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본격화한 3월 16일 이후 가장 많았다. AP통신은 "보건당국의 이동 자제 권고에도 8개월여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사람들이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추수감사절 대이동에 따른 후폭풍을 경고했다. 텍사스주 유나이티드 메모리얼 메디컬센터의 조지프 배런 박사는 미 CNN방송에 "추수감사절 연휴 이후 많은 사람이 코로나에 감염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6∼12주는 현대 미국 의학사에서 가장 어두운 날이 될 수 있다"고 했다. 25일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23일 연속 10만명대를 기록했고 사망자는 22일 연속 2,000명을 넘어섰다. 조지워싱턴 의과대학의 조너선 라이너 교수는 "앞으로 열흘 안에 하루 사망자 비율이 두 배가 될 것"이라며 "하루에 4,000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각한 상황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든 미국인이 집이나 예배 장소에 모여 기도를 드리자"는 추수감사절 포고문을 발표해 논란이 됐다. CNN은 "비록 대통령의 명절 포고문이 백악관이 내놓는 형식적 성명이라도 행정부의 정치적 분위기나 시사 문제를 반영한다"고 꼬집었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이 가족 모임 규모를 줄이고 이동을 자제하라고 권고하는 가운데 방역수칙에 어긋나는 표현을 썼다는 비판이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전날 연설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추수감사절 가족 모임 규모를 줄이고 마스크 착용 등 수칙을 지켜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