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끗’ 발목 염좌...반복된다면 발목 불안정성 주의

입력
2020.11.28 06:00

# 30대 초반 직장인 정 모씨는 지난여름 출근길, 주차장 바닥에 남아있던 물기에 미끄러지며 심하게 발목을 삐끗했다. 순간 찌릿하고 약간 붓기는 했지만 파스를 붙이고 냉찜질을 하고 나니 조금씩 나아지는 듯 해 심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후로 멀쩡히 길을 걷다가도 반복적으로 같은 발목을 삐끗하는 상황이 반복되자 병원을 찾았고, 검사 결과 발목 인대가 손상된 만성 발목 불안정성을 진단받고 현재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발목 염좌, 활동량 많은 10~20대 많아...관절 지지해주는 발목 외측 인대가 손상돼 발생

발목 염좌는 흔히 우리가 '발목을 삔다' 혹은 '발목을 접지른다'고 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급성 인대 손상입니다. 스포츠 손상 중에서 가장 흔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미국에서는 매년 1,000명당 2~7명의 발목 염좌 환자가 발생해 연간 200만 건에 이른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역시 발목 염좌 및 긴장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2015년 129만3,379명, 2017년 131만1,296명, 2019년 142만4,361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지난 한 해 기준으로는 전체 환자 중 약 45%가 10~20대 환자인 것으로 나타나, 특히 젊은 층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발목을 접지를 때에는 일반적으로 발이 몸의 안쪽으로 꺾이면서 발목의 외측 인대가 당겨지는 힘을 받으며 손상되는데, 발목 외측을 이루는 세 가지 인대(전거비인대, 종비인대, 후거비인대) 중에서 전거비인대와 종비인대가 비교적 흔하게 손상을 받습니다.


X-ray, MRI로 손상 정도 파악하고 치료법 결정...부종과 통증 줄인 후 재활치료 시행

발목을 접지른 이후 외측 인대 부위가 붓고 통증이 있다면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아봐야 합니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골절을 감별하기 위해 X-ray 촬영을 기본적으로 시행하고, 뼈에 이상이 없다면 발목 염좌로 생각하고 치료를 하게 됩니다. 인대를 직접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초음파 검사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추가적으로 시행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검사들에서 인대 손상 이외의 다른 동반되는 손상이 없다면 치료 방침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급성 인대 손상인 발목 염좌의 치료는 비수술적인 치료가 원칙입니다. 초기에는 부종과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 발목을 고정하고, 심장보다 20~30㎝ 높게 다리 올리기, 압박드레싱, 냉찜질 등을 시행합니다.

고정 방법(보호대, 반깁스, 부츠, 통깁스 등)과 고정 기간은 손상 정도에 따라 짧게는 2~3주에서 길게는 4~6주까지도 시행하게 되며, 통증과 붓기가 줄어들면 점차 체중부하 및 보행 연습을 하게 됩니다.

발목의 기능적인 회복을 돕기 위해 발목 외측 근육인 비골근 강화운동과 고유감각 훈련을 함께 병행합니다.

고유감각이란 자세, 위치, 움직임 등에 대한 감각을 말하는데, 발에 대한 위치 감각이 감소하게 되면 발을 지면에 바로 놓지 못하고 잘못된 위치로 발을 디디면서 발을 접지르는 빈도가 증가하게 됩니다. 따라서 발목 염좌에서의 고유감각 훈련은 발의 위치에 대한 감각을 강화하기 위한 운동으로서 주로 균형을 잡는 훈련으로 구성됩니다.



상습적 발목 꺾임·통증 부르는 발목 불안정성

손상된 인대가 정상적으로 치유되지 않아 정상적인 길이와 장력을 유지하지 못하면 만성적으로 느슨한 상태가 되는데, 이렇게 급성 발목 염좌의 만성적인 후유증을 발목 불안정성이라고 합니다. 발목 염좌 환자의 약 1/3이 만성 발목 불안정성으로 진행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발목 불안정성 환자들은 발목을 자주 접지르거나 힘이 없다고 느끼게 되고, 활동 후 발목이 붓고 아픈 증상이 나타나므로, 이러한 상태가 반복된다면 방치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고 치료를 받아야 발목을 건강하게 보존할 수 있습니다.

발목 불안정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검진 의사가 스트레스를 가하면서 손의 감각으로 발목의 느슨한 정도를 주관적으로 느끼는 이학적 검사와 스트레스 X-ray 촬영을 함께 합니다. 스트레스 X-ray 검사를 통해 발목 외측이 많이 벌어진다면 발목 외측 불안정성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반대편 발목과 함께 시행해 비교하면 개개인마다 다른 관절 유연성을 배제하면서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환자가 검사 시에 통증을 느껴 발목에 힘을 줄 경우 검사 결과가 부정확할 수 있는 단점이 있습니다. 발목 인대를 직접 관찰해야 할 경우나 건 손상, 골연골 병변 등의 동반 손상을 찾기 위해서는 MRI 검사를 추가로 시행하게 됩니다.


발목 불안정성의 치료

발목 염좌와는 달리 발목 불안정성은 수술적 치료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환자가 주관적인 발목 불안정성 혹은 자주 접지르는 증상을 호소한다고 해서 모두 수술하는 것은 아니고, 이러한 증상이 발목 인대가 느슨해서 발생하는 기계적인 불안정성인지, 혹은 근력이 약하거나 고유감각이 저하돼 발생하는 기능적 불안정성인지를 감별해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능적 불안정성의 경우는 비골근 강화 훈련 및 고유감각 훈련과 같은 보존적 요법으로 치료하고, 인대가 느슨해서 발생하는 기계적인 불안정성의 경우에만 수술적 치료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기능적 불안정성과 기계적 불안정성을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환자들에게 수개월 이상 보존적 치료를 충분히 시킨 후에 수술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수술적 치료 시에는 느슨한 전거비인대와 종비인대를 당겨서 봉합하고 주변조직으로 보강하는 수술을 가장 우선적으로 시행합니다. 수술 후 재발한 경우, 또는 체중이 많이 나가거나 스포츠 활동이 많은 경우 이식술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발목 염좌를 예방하기 위한 팁

1. 발목 관절의 유연성을 키우고 발목 근육을 강화한다.

2. 운동 전이나 보행 전 충분한 스트레칭과 준비운동을 통해 충분히 근육의 긴장을 풀어준다.

3. 하체 근력 강화 운동은 발목의 안정성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4. 체중을 줄여 발목이 느끼는 하중의 부담을 줄인다.

4. 발목이 잘 꺾일 수 있는 굽 높은 신발, 발목에 충격이 가해지기 쉬운 굽이 거의 없는 신발은 피한다. 구두는 3~5㎝, 운동화는 1~2㎝ 정도의 굽이 적당하다.

이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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