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보단 가을, 대중교통보단 카셰어링... 코로나가 바꾼 '여행 패턴'

입력
2020.11.26 17:1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휩쓸고 지나간 올해, 처음으로 가을 여행 수요가 전통적 성수기인 여름을 넘어섰다. '7말 8초' 휴가철에 사람이 몰릴 것을 우려한 직장인들이 휴가를 분산해 낸 데다, 8월 한 달간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국민들이 이동을 자제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6일 올해 7~10월 승차 공유업체인 쏘카의 이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9월과 10월의 하루 평균 예약 건수가 여름(7, 8월)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2011년 쏘카가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가을 예약 수요가 여름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24시간 이상 장기간 차량 이용 예약 건수가 9, 10월 전체 예약 중 44.5%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올 가을 휴가나 여행을 목적으로 차를 빌린 사람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평균 예약 시간은 12.1시간으로 지난해(10.7시간)에 비해 1.4시간이나 증가했고, 평균 이동 거리도 지난해 95.7㎞에서 올해 110.7㎞로 15㎞나 급증했다. 반면 4시간 이하 초단기 에약 건 비중은 8.7%로, 2018년 가을(15.5%)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는 여름철로 접어들면서 코로나19 확진자 수 급증세에 유례 없이 길어진 장마로 대다수 국민들이 여행을 미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8월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총 5,642명으로 7월(1,509명)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특히 서울 지역에서 확진자 증가 추세가 가팔라지고 모임이나 여행을 통해 발생한 집단감염 사례가 알려지면서 이동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여행 수단 또한 눈에 띄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렌터카나 카셰어링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불특정 다수와 공간을 공유해야 하는 대중교통 수요는 크게 줄었다.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올해 1~9월 운영된 4개 철도 노선 이용자는 6,389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억344만명)의 61.7%에 불과했다. 특히 KTX 이용자는 4,860만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1.8%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상에서도 출퇴근 시 지하철이나 버스 이용을 꺼리게 되면서 월 단위 렌터카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몰려드는 인기 여행지 인기가 줄어들고, 탁 트인 산과 바다로 향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달라진 변화다. 카카오모빌리티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상황이 가장 심했던 올해 1~3월 홍천비발디파크는 전년 대비 이동량이 56% 감소했고, 서울 익선동은 71%, 인천 차이나타운은 67% 줄었다. 반면 숲이나 오름 등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는데, 쏘카에 따르면 제주도에서 금오름과 아부오름, 곶자왈 등 생태 관광지를 찾는 수요가 지난해 대비 80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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