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호평 쏟아진 K-정상회담장 만든 탁현민 "어벤저스서 영감"

입력
2020.11.25 13:00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 TBS 라디오 인터뷰서
"영화 어벤저스 화상회의 생각하다 여기까지"
"화면은 더 분명하게, 오디오는 더 단순하게"


20일부터 3박4일 동안 화상회의 형태로 치러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청와대 정상회의 세트장 관련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회의장을 기획한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이 모든 것은) 발상 하나를 바꾸니 가능했다"며 "영화 어벤저스에 나오는 화상회의 장면을 보면서 생각하다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탁 비서관은 2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비대면 회담이다보니) 어떻게 하면 화상을 통해 밀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까, 실제로 만나서 대면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며 "화면은 더 분명하게, 오디오는 더 단순하게, LED(발광다이오드)·오디오 신호·조명·무대·책상·의자 등까지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과거 사신제도부터 지금까지 통 틀어서 통번역가의 직접적 도움을 받지 않고 진행했던 첫 번째 정상 회의였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G20 정상회의 후 주최국인 사우디의 기술진과 장관, 고위급 인사들 모두가 한국의 화상회의장 준비와 디자인, 사우디의 국기색과 맞춘 녹색 회의장을 아주 인상깊게 봤다는 메시지를 셰르파(교섭대표) 채널을 통해 우리측에 전했다"라고 밝혔다.

"다음 의장국 등으로부터 어떻게 했냐 문의 쇄도"


탁 비서관은 "(정상 얼굴만 나오는 다른 나라 화면과 달리) 5대의 카메라가 계속 커트를 넘기면서 (문 대통령의) 여러 앵글을 보여줬다"며 "회담장 안에 조그만 중계 시스템과 부조가 들어온 채 진행해서 가능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아세안 회담 현 의장국인 베트남과 G20 의장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차기 의장국에서 어떻게 했냐고 문의가 들어 온다"고 덧붙였다.

다른 정상들과 달리 문재인 대통령이 동시통역용 이어폰을 끼지 않고 있었던 것과 관련해서는 "어차피 행사장에는 우리 관계자들만 있었기 때문에 굳이 번거롭게 썼다 벗었다 할 필요없게 통역 부스의 통역 내용을 회의장 전체에 스피커로 소리를 내줬다"며 "(이를 통해) 시차와 딜레이도 조금이나마 더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자리뜨셔도 된다 했더니 문 대통령 하는 말이…"

탁 비서관은 앞으로 비대면 화상회의가 더 늘어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다음 APEC 의장국인 뉴질랜드는 이미 비대면으로 하겠다고 했고 우리는 내년 상반기에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라는 기후환경 다자회의가 잡혀 있다"며 "앞으로 다른 국가들에게 이런 방식으로 하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드려야 하기 때문에 (이번에) 일종의 프로토타입(사례)을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비대면 화상회의를 통해 더 시도해 볼 수 있는 것과 관련해 "LED 디스플레이 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압권이니 이 화면들을 통해 다양한 영상과 텍스트 자료들로 구현해 보려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관련 진단 키트를 얘기할 때 오른쪽 화면에 진단키트 (이미지와) 스펙이 써있는 등의 플랫폼을 만들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홀로그램 영상을 구현해 보는 것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보통 정상회의는 3시간 이상 진행되며 지루할 수 있기 때문에 중간에 잠시 자리를 뜨기도 한다"며 문 대통령과 일화를 소개했다. 탁 비서관은 "(내가) 문 대통령께 잠시 (쉬다 오시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괜찮으니) 네 자리로 돌아가라'라고 하셨다"며 "이건 신뢰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회담 진행을 맡은 실무자들은 어느 정상이 한번도 움직이지 않고 다 들었는지를 다 보고 있다"라며 "(다른 나라에도) 상당한 신뢰로 갈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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