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발걸음이 무거운 출근길, 추위에 잔뜩 움츠린 채 탄 지하철에서 이런 안내 방송을 들은 적 있으신가요. 한파를 녹이는 훈훈한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서울 지하철 5호선 기관사인 서울교통공사 양원석(26) 주임입니다.
양 기관사는 어쩌다 '따뜻한 안내 방송'을 하게 됐을까요. 그는 23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서 "기관사가 되기 전 취업을 준비하면서 지하철 타고 이동하는 중 우연히 다른 노선에서 안내 방송을 듣게 됐다"라고 전했는데요. 일상에서 맞닥뜨린 작은 위로에 감동한 그는 나중에 기관사가 된다면 자신도 승객들을 위한 멋진 방송을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하네요.
그는 또 "기관사가 근무하는 공간은 승객들과 동떨어진 공간에 있어 얼굴을 마주할 일이 거의 없는데, 이런 안내 방송이 승객과의 연결고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혼자 운전실에서 근무하지만, 방송할 때는 승객과 함께 있다고 여긴다는 겁니다.
방송 원고는 평소에 직접 준비한다는데요. 양 기관사는 "저 역시 출·퇴근길 라디오에서 나오는 생활 정보나 공익 광고의 좋은 멘트를 기억해놨다가 방송에 활용하기도 하고 기사나 인터넷 등을 참고한다"고 귀띔했습니다.
양 기관사는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당일 수험생뿐 아니라 전 국민을 울린 감동적인 안내 방송으로도 유명세를 탔습니다.
기억하시는 분들 있으실 텐데요. 그의 안내 방송 수능 당일 지하철을 탔던 승객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인터넷에 공유하며 일파만파 퍼졌습니다. 당시 누리꾼들은 "따뜻한 격려"라고 박수를 보냈죠. 양 기관사는 승객이었던 한 어머니와 딸이 직접 찾아와 음료수와 함께 감사의 뜻을 전했다면서 2019년 11월 14일을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이런 노력 덕에 양 기관사는 서울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올해 '최우수 방송왕'에 선정됐습니다. 승객들로부터 칭찬 민원 100건 이상을 받은 기관사와 승무원 모임인 센추리클럽의 회원이기도 합니다.
평소 지하철 5호선을 이용하는데 단 한 번도 안내 방송을 못 들어 아쉬운 분께 양 기관사는 팁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주로 출근 시간대나 퇴근 시간대에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편"이라며 "저희 5호선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또 타고 내리시는 역이 광화문, 여의도, 천호, 군자역이라 보통 이런 역들에서 방송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혹시 오늘 출·퇴근길, 지하철 5호선을 이용하신다면 귀를 쫑긋 세워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