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년간 인생을 걸고 준비해온 시험을 하루아침에 볼 수 없게 됐다. 21일 6만여명이 응시한 중등 교원임용시험에서 제외된 ‘노량진 학원 확진자’들 얘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앞서 18일 노량진 한 임용시험 학원을 덮쳤다. 이에 교육부는 밀접접촉자 및 검사대상자 537명이 별도 시험장에서 시험을 보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확진된 67명에 대해서는 응시를 제한했다. 막판 시험 준비를 위해 학원에 갔을 뿐인 이들은 졸지에 기회를 잃어버렸다.
교육부의 조치는 논란이 되고 있다. 다음달 3일 치러질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선 확진자도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한 것과 상반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수능을 앞두고 생활치료센터 29개소(병상 120개) 등 확진자용 시험공간까지 확보한 상황. 앞서 26일 서울시교육청은 수능대책 브리핑에서 “확진 수험생은 원활히 시험을 보기 위해 반드시 시교육청에 전화로 알려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수능이 특별한 경우'라는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원칙대로라면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의 ‘시험 방역관리 안내’에 따라 환자 및 감염병 의심자는 시험장 출입 금지 대상”이라며 “수능에서만 최대한 끝까지 응시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능을 보지 못하면 정시는 물론 수시모집에서도 수능최저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하는 등 큰 피해가 우려돼 예외를 뒀다는 것이다.
실제 교원임용시험 외에도 올해 치러진 국가직ㆍ지방직 공무원 임용시험에서는 예외 없이 확진자의 응시가 제한됐다. 다만 그간 응시생 중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아 이같은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을 뿐이다.
교육부는 올해 임용시험을 보지 못한 수험생들에 대한 구제책도 마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응시생들에겐 안타깝지만 사전에 ‘확진자는 시험을 볼 수 없다’고 공지한 만큼 이를 뒤집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시험의 공정성은 물론, 노량진 학원 확진자들에게만 기회를 부여할 경우 이미 시험을 포기했을 다른 확진자들과의 형평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춘을 바쳐 준비해 온 수험생들에게 1년에 한 번 있는 교원·공무원 시험도 수능보다 '특별'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만큼, 이들의 응시 기회를 박탈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더욱이 중대본이 ‘시험의 특성과 사정에 따라 탄력적으로’ 지침을 적용하도록 용인한 점을 감안하면, 수능 외 다른 시험에서도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도 없지 않았다. 공무원시험 학원 강사 A(40)씨는 “공시생들은 솔직히 수능 수험생들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치열하게 미래를 위해 공부하는데 그 상실감이 얼마나 클지 상상도 안 간다"며 “확진자가 시험을 볼 방법이 아예 없다면 몰라도, 방법이 있다면 그걸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조치가 되레 '방역 구멍’이 될 수도 있다. 실제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1년에 단 한번 보는 공무원시험 기회를 박탈하면 확진자가 감염 사실을 숨기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