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운동부 코치의 감정가 6억원대 집을 11억원에 사줬다면. 또 그 집 수리 비용을 대주고, 수도요금까지 내줬다면. 이런 돈이 오가던 즈음에 자신의 아들이 그 코치 추천으로 대학에 입학하게 됐다면. 이건 뇌물수수와 부정입학일까, 아닐까.
세계적 명문대인 미국 하버드대 전 펜싱 코치와 국제전화업체 대표 간 수상한 거래로 미국이 시끄럽다. 심심치 않게 터지는 미국의 입시 비리 수사 얘기다.
미 매사추세츠지역 연방검찰은 아들 2명 입학 대가로 150만달러(약 16억7,500만원)를 건넨 사업가 지 잭 자오와 이를 챙긴 하버드대 전 펜싱부 수석 코치 피터 브랜드를 뇌물수수 혐의로 최근 기소했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자오는 2013년 2월 한 펜싱 자선단체에 100만달러를 기부했고, 같은 해 12월 자오의 큰 아들은 하버드대에 펜싱 특기로 입학이 허가됐다. 2014년 가을 입학 직후 100만달러를 받은 자선단체는 브랜드가 세운 자선재단에 10만달러를 지급했다. 이후에도 자오는 브랜드에게 차량 구입비, 아들 대학 등록금, 집 대출 비용을 건넸다. 급기야 2016년 5월엔 감정가가 54만9,300달러인 브랜드의 방 3개짜리 집을 98만9,500달러에 사줬다. 자오의 둘째 아들은 역시 펜싱 특기로 2017년 하버드대에 입학했다.
운동부 코치가 학생들의 입학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하버드대 입학관리위원회는 추천된 운동선수 출신 지원자의 입학을 멤버 40여명의 투표로 결정한다. 하지만 코치의 추천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연방검사 앤드루 렐링은 “이번 사건은 대학 입학 부정을 근절하기 위한 우리의 장기적인 노력의 한 부분”이라며 “수백만명의 10대가 매년 대학 입학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경쟁이 가능한 한 공평하게 이뤄지도록 검찰이 할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미 CNN방송은 전했다. 하지만 자오 측 변호인은 “자오의 아들들은 고등학교에서 학업도 우수했고, 국제무대에서도 경쟁력 있는 펜싱 선수여서 자신들의 능력으로 입학한 것”이라고 반박하며 법정에서 다투겠다고 밝혔다.
사건의 실체는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문제는 이런 대학입학 부정 사례가 연달아 터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3월엔 입시 컨설턴트가 브로커로 나서 유명 연예인과 기업체 대표 등 돈 많은 학부모에게 받은 돈으로 운동부 코치들에게 뇌물을 뿌려 대학 입학을 가능하게 한 초대형 입시비리가 적발됐다. 당시 뒷돈 규모는 2,500만달러에 이르렀고 적발된 학부모만 33명이었다. 이번 사건도 당시 수사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다만 지난해 검찰 수사 직후 ‘기여입학제’ 등 미국의 대입 방식을 손봐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지만 이후로도 특별히 바뀐 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