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 "인천 라면 형제 사건을 아십니까? (아이들이) 라면을 끓여먹다 화재가 났죠. 지금 국내에 라면 형제 같은 어려운 사람들, 취업 못하는 청년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사업 벌여야 합니까. 코로나19 확산 중 적자재정 편성하고 있는데 15억원을 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무풍지대입니까?"
20일 국회 예결위가 예산안조정소위를 열어 내년도 정부 예산을 심사하는 가운데 야당 의원에게서 고성이 터져나왔다.
문체부가 동남아시아 출신 가수를 대상으로 국내 연수, 앨범 제작 등 연예 활동을 지원하는 '동반성장 디딤돌 사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체부가 새롭게 제안한 이 사업은 미얀마에서 6개 팀을 초청해 2억5,000만원씩 예산을 투입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국민의힘은 예산 심사를 앞두고 혈세로 동남아 가수를 트레이닝하겠다며 15억원을 반영한 사업에 대대적인 칼질을 예고했었다.
이 자리에서 오영우 문체부 1차관은 "한글과 문화의 확산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취지"라고 방어했다. 오 차관은 음반 발매나 활동 비용은 자부담이지만, 항공비나 체류비를 지원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에 여당 의원들도 "한류에 대한 블루오션이 될 수 있는 여건"이라며 "K팝 확산 취지에서 일부 예산이라도 남겨야 한다"고 적극 방어했다.
그러나 야당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 빚내서 예산 편성하는 것은 알고 있느냐"며 "지금 대한민국에 기여하는 국내 이주노동자들도 많은데, 이들을 중심으로 한 문화 행사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후 세대가 갚아야 하는 빚을 이렇게 막 써도 되는 거냐"며 비판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도 "사업 자체는 필요하고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부 예산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여야 공방 끝에 이 사업은 추후 논의하기로 하고 심사를 보류했다. 그러나 박수영 의원은 예산심사를 마친 후 퇴근길에 페이스북에 글을 남겨 "정부예산안을 보면 볼수록 속이 상해서 예결위원은 올해만 하고 그만해야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정부가 무슨 수로 하려는지 몰라도 K팝 기획사를 육성하겠다고 90억원을 달라고 하는가 하면, 미얀마와 베트남 출신 아이돌을 K팝 스타로 키우겠다고 15억원을 편성해 왔다"며 "국민의 혈세를 이렇게 낭비하는 게 대한민국 정부인가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