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다자무역체제를 강화하는 것이 역내 경제 회복을 앞당길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선 봉쇄 대신 인력 교류를 촉진시켜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정상회의에는 다자주의에 부정적 입장을 취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참석한 상태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한국시간)부터 두 시간여 동안 열린 APEC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개방적 통상국이 많은 아ㆍ태지역의 미래 성장은 자유무역으로 모두가 이익을 얻는 확대 균형에 달려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국면에서 한국이 개방 기조를 유지했던 것을 강조하면서 “기업인 등 필수 인력의 이동을 촉진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협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또 “위기가 불평등을 키우지 않도록 포용적 회복을 위한 포용적 협력 방안을 마련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국가 간 포용성 증진을 위해 총 1억 달러의 인도적 지원과 함께 방역물품과 K-방역의 경험을 세계와 공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백신의 공평한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세계보건기구의 노력을 지지하고, ‘코박스’에도 동참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함께 잘 사는 길이 우리의 목표"라고 문 대통령은 덧붙였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데이터 활용사업 확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혁신을 통해 글로벌 가치 사슬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11월 중에 중소기업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두 개의 포럼을 개최하고 내년에는 ‘글로벌 가치사슬 내 디지털 경제 역할에 대한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공개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판 뉴딜과 맥이 닿아 있는 것이다.
말레이시아가 의장국을 맡은 이날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보건 및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2020 쿠알라룸푸르 선언'을 채택했다. 정상들은 선언에서 "백신 등 의학대책에 공평한 접근이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APEC 정상회의에서 정상선언이 채택된 것은 2017년 '다낭선언' 후 3년만이다.
정상회의는 이와 함께 2040년까지 APEC의 장기 목표를 담은 ‘푸트라자야 비전 2040’도 채택했다. 이는 ‘2020년까지 역내 무역ㆍ투자 자유화 실현’이라는 APEC의 목표를 제시한 1994년 ‘보고르 선언’이 만료되면서 마련된 새로운 비전이다. 여기엔 △지역 경제 통합 △아ㆍ태자유무역지대(FTAAP) 관련 작업 진행 △혁신 기술 개발 촉진 △디지털 인프라 개선 △데이터 이동 활성화 △질적 성장 추구 △포용적 인적 자원 개발 △환경 문제 대응 등의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