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분과가 가장 치열했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 검증위원들은 이렇게 입을 모은다. 지난해 12월 총리실 산하에서 출범한 검증위는 안전, 소음, 시설운영ㆍ수요, 환경 4개 분과로 구성됐다. 검증위가 11개월간의 활동 끝에 17일 발표한 김해신공항 재검토 결론의 핵심 근거도 안전분과에서 나왔다. 일부 위원들이 사퇴까지 거론하며 극심한 갈등이 빚어졌고 검증위 발표 이후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그곳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검증위 보고서와 검증위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첫 의견 대립은 김해신공항이 군공항이냐 민간공항이냐에서 출발했다.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을 수립한 국토교통부는 "우리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던 민간공항"이라고 주장했고, 부ㆍ울ㆍ경 측은 "김해공항은 원래 군비행장이지만 민간공항에 준해 이용됐던 것 뿐"이라고 맞섰다. 군공항이라면 군사기지법이, 민간공항이라면 공항시설법이 적용된다. 부울경은 공항 건설 조건이 까다로운 군사기지법을 적용하길 원했으나 군이 "공항시설법 적용이 타당하다"며 국토부의 손을 들어줬다.
검증위는 김해신공항을 민간공항으로 보기로 했지만, 주변 오봉산, 임호산, 경운산 등을 반드시 깎아야 하느냐가 핵심 난제로 등장했다. 공항시설법은 장애물제한표면 높이 이상의 장애물을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했으나 비행 안전을 해치지 않거나 지자체 장이 허가할 경우는 예외로 뒀다. 이를 두고 부울경은 "신설활주로 진입에 장애가 되는 주변 산을 깎아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국토부는 "이착륙 지장이 없다면 깎지 않아도 된다"고 맞섰다.
안전 분과 검증위원들도 이 지점에서 충돌했다. 총 5명의 위원 중 환경ㆍ생태, 토목 담당을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이 2대 1로 갈렸다. 공군 조종사 출신의 2명은 '산을 깎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간 조종사 출신 위원은 '비행절차만 잘 설계하면 산을 깎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인천, 무안, 양양을 제외한 국내 공항도 장애물을 깎지 않고도 운영되고 있다는 근거도 제시됐다.
이들간 의견 충돌이 극심했다. '산을 깎아야 한다'고 주장한 2명의 위원은 사퇴 입장을 밝히며 배수진을 쳤다고 한다. 부울경의 입장을 관철시키려던 것이었을까. 한 검증위원은 그 이유를 두고 "산을 깎자는 건 일종의 원칙인데, 이를 주장한 두 사람은 군 조종사 출신 교수이고 '유동적으로 운영해도 된다'는 쪽은 민항기 조종사 출신 교수다"며 "규정, 규칙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민항기 출신은 공항 매뉴얼과 경험을, 군 출신은 원칙과 안정성을 더 중시했다는 얘기다.
검증위는 우여곡절 끝에 산을 깎지 않되 비행절차를 재설계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으나 절차적 결함에 대한 논란은 계속됐다. '산을 깎자'고 주장했던 2명의 위원은 산을 깎지 않고 김해신공항을 만들려면 부산시와 협의를 했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부산시와 협의 없이 만들어진 국토부의 기본계획이 위법이란 것이다.
검증위는 외부 변호사로부터 자문을 받았지만 상반된 의견이 왔다고 한다. 마지막 방법으로 나온 것이 법제처 유권해석이었다. 법제처는 11월 "법의 취지를 훼손한다"고 답을 했다. 국토부 기본계획에 대해 위법 판정을 내린 것이다. 안전 분과에서 이뤄진 이 같은 공방이 결국 김해신공항 재검토로 이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