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학교 및 직장 동기ㆍ동창 모임이 잇따르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확산세가 우려되자 정부는 "연말을 맞아 계획하고 있는 각종 모임을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당부에 나섰다.
20일 서울시와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연세대 동기 모임에 참석한 학생 1명이 16일 처음으로 확진된 뒤 참석자와 지인 등을 통해 코로나19가 확산해 이날 0시 기준 누적 환자는 13명으로 증가했다.
역학조사에서 이들은 지난달 12일 모임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만남을 계기로 참석자를 통해 1차 확산이 이뤄진 뒤 모임이 이뤄진 식당 직원과 가족 등으로 'n차 감염'이 진행됐다. 시 관계자는 "동기 모임 관련 밀접접촉자 25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했다"며 "확진자를 제외하고 3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고, 나머지는 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연세대 동기 모임 관련 서울 확진자는 12명이다.
동창 운동 모임을 통한 코로나19 집단 감염도 이달 들어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수도권 소재 학교 동창 운동모임 집단 감염 사례의 경우 지난 6~7일 강원도 골프 모임을 통해 전파된 뒤 가족과 동료, 지인에게 확산했고, 전날 서울에서만 3명이 추가 확진돼 총 환자는 13명으로 늘었다.
지난 14일 첫 확진자가 나온 고려대 아이스하키 동호회 관련 집단 감염은 10일 아이스링크에서 운동을 한 뒤 확산하고, 이후 지인 등을 통해 전파되면서 10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연말 동기ㆍ동창 모임이 방역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자 20~30대 사이에선 오프라인 만남 대신 '온라인 펍(pub)'에서의 비대면 만남으로 약속을 바꾸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직장인 김(30)모씨는 이달 말 예정된 고등학교, 대학교 동기 모임을 전날 모두 취소했다. 김씨는 "너무 확진자가 많이 나와 오프라인 모임을 취소하고 '줌펍'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줌펍'은 온라인 화상 회의 애플리케이션 '줌'을 통해 각자 집에서 맥주 등을 마시며 온라인으로 대화하는 것을 뜻한다. 코로나19가 오랫동안 지속해 사람 만남에 제약이 따르면서 생긴 감염병 신 문화다.
'연말 모임 눈치족'도 생겼다.
직장인 강(29)모씨는 "다음 주에 학교 후배들과 연말 모임이 있고, 다음 달에 동기 모임이 있는데 지금 (확산세를) 지켜보는 분위기"라며 "아이 엄마도 있고 조심스러운데 아직 거리두기 1.5단계라 모임을 취소하자고 하기도 애매하고 눈치보여 차라리 거리두기 단계를 올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사흘째 전국에서 300명 넘게 쏟아지면서 '3차 대유행' 우려가 커지는 상황인데 거리두기 수준은 정작 1.5단계 밖에 안 돼 연말 모임 관련 경각심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일 개편된 거리 두기 체계로 방역과 거리두기가 완화된 인상을 줘 확산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은경 질병청장도 "송년회나 신년 모임으로 사람 간 접촉이 많아지면서 식사나 음주를 하게 되고, 밀폐된 공간에서 음식을 나눠먹고 대화하는 상황 등으로 감염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뒤늦게 담화문을 내며 연말 모임 자제 당부에 나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직장인들은 송년회, 회식 모임 등을 연기하거나 취소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