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정치적 욕망 우선했다면 이 자리 오지 않았다"

입력
2020.11.20 07:57
고 김홍영 검사 어머니가 보낸 꽃 사진 공개하며
"취임 1년이 안 됐는데 몸도 마음도 지쳐"
"검찰개혁의 과제를 반드시 이루어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직접 감찰조사를 둘러싸고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정치적 이해타산이나 저 자신의 정치적 욕망을 우선했다면 이런 험난한 자리에 오는 선택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추 장관은 1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고(故) 김홍영 검사의 어머니께서 꽃다발을 보내주셨다"라며 사진을 게시했다. 그는 "돌아올 수 없는 길로 아드님을 황망히 보내고도 제게 위로의 꽃을 보내시니 송구스럽고 몸 둘 바 모르겠다"라며 "꽃을 보면서 저를 추스르고 법무부 장관으로서 소임을 되새기겠다"라고 밝혔다.

김 검사는 2016년 5월 서울남부지검 근무 당시 직속 상관이었던 김대현(52ㆍ27기) 전 부장검사의 폭언과 업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유족들은 지난해 11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추 장관은 지난달 8일 김 검사의 부모와 함께 김 검사가 생전 근무한 서울남부지검을 찾아 김 검사를 추모하는 나무를 심고 그를 기리는 명패와 비석도 설치했다.

추 장관은 "국민적 열망인 검찰개혁의 소명을 안고 올해 초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지 아직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마치 몇 년은 지나버린 것 같이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친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특히 그는 "매일같이 사안의 본질은 제쳐두고 총장과의 갈등 부각과, 최근에는 장관의 거취를 집중적으로 여론몰이를 하는 보수언론 등을 보며 참을 수 없는 압통과 가시에 찔리는 듯한 아픔을 느끼지 않을 때가 없었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에서 법무부장관을 한다는 것은, 자신과 가족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고, 어떤 모진 시련도 견뎌야만 감당할 수 있는 자리가 됐다"라고 꼬집었다.


"정치적 이해타산이나 욕망 우선했다면 이런 험난한 자리 안 와"


추 장관은 "정치적 이해타산이나 제 자신의 정치적 욕망을 우선했다면 좀 더 쉬운 길을 놔두고 이런 험난한 자리에 오는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방 이후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하고 항상 좌절하기만 했던 검찰개혁의 과제를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는 절박한 국민의 염원을 외면할 수 없기에 저의 소명으로 알고 받아들였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렇기에 설사 부서지고 상처가 나도 이겨내려고 합니다만 저도 사람인지라 힘들고 외로울 때도 있고, 저로 인해 피해를 보는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에게 많이 미안하다"라고 전했다.

그는 끝으로 "꽃을 보내주신 한 분 한 분의 마음을 헤아리고 기억하겠다"라며 "제게 주어진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끝까지 이겨내겠다"라고 밝혔다.

박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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