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할머니, AI로봇에게 카카오톡 쓰는 법 배운다

입력
2020.11.1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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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균 강남구청장 , "AI 로봇이 SNS 선생님!"


“어려우신가요? 괜찮아요. 다시 설명해드릴게요.”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논현노인종합복지관. 어르신 7명을 대상으로 한 카카오톡 활용법 강의가 한창이었다. 강사는 43.5㎝ 크기의 인공지능(AI) 로봇 ‘리쿠(LIKU)’. 사람 모양을 한 리쿠는 각 어르신 앞에 앉아 카카오톡 프로필 보기, 친구 검색, 단체채팅방에 친구 초대하기, 사진 전송하는 방법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해당 교육은 어르신의 스마트폰에 카카오톡처럼 만든 교육용 어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 뒤 진행됐다.

교육에 참석한 배란숙(71)씨는 이날 사진전송 기능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어르신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보낼 수 있어요”라는 설명을 들은 그는 리쿠의 말과 함께 화면에 나온 손가락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표시된 여러 아이콘 중 앨범 아이콘만 분홍색으로 떴다. 리쿠가 이어 설명했다. “앨범을 터치하면 저장된 사진이 나와요.” 배씨는 리쿠의 설명에 따라 사진전송하는 방법을 배웠다. 이어진 실습시간. 리쿠의 설명이나 아이콘 색깔 변화 없이 스스로 해보는 연습을 앞두고 리쿠는 배씨를 다시 한 번 독려했다. “천천히 하시면 됩니다.” 음성인식과 답변 기능을 통해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하는 쌍방향 소통 학습도 가능하다.

이날 수업은 80분 가량 진행됐다. 리쿠와 대화를 나누며 마음의 벽을 허무는 시간을 20분 정도 가진 뒤 40분 동안 카카오톡 활용법을 익히고 20분간 실습을 진행했다. 이달 3일부터 리쿠를 활용한 카카오톡 활용법 교육에 나선 강남구(구청장 정순균)는 사업기한인 다음달 11일까지 관내 360명의 어르신이 참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은 논현ㆍ대치ㆍ역삼노인복지센터와 경로당 6곳에서 매주 2회씩 열린다. 리쿠 40대가 투입됐다.

배씨는 “남편은 여전히 폴더폰을 사용해 스마트폰 활용법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힘들고, 가끔 자식들이 방법을 알려주지만 한두 번 배워선 쉽게 익히기 힘들다”며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앞으로도 계속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손도생(75)씨는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서 설명을 들어도 잘 모르겠는데 여러 번 나오다 보면 차츰 나아질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강남구 외에 강동구와 관악구, 중랑구, 양천구에서도 리쿠를 활용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주관한 ‘2020년 로봇 활용 사회적 약자 편익지원’ 공모전에 서울디지털재단의 제안이 선정돼 10억원이 투입된 이번 사업은 리쿠 220대를 보급, 내년 1월까지 300회에 걸쳐 수업을 진행하는 게 목표다.

강남구는 어르신 등 디지털 취약계층이 ‘온택트 시대’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신규 프로그램을 개발할 방침이다. 온택트는 비대면을 뜻하는 ‘언택트(Untact)’에 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On)’을 더한 개념으로, 카카오톡 등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미정 강남구 로봇인공지능팀장은 “내년엔 보이스피싱 예방교육, 어린이를 위한 구연동화 등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리쿠를 활용한 교육 대상ㆍ범위를 점점 확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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