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감찰관실 소속 평검사 2명이 지난 17일 사전 예고 없이 대검찰청을 방문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감찰 관련 면담을 요구했으나 대검 측 반발로 무산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는 감찰 일정을 통보하려고 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하지만, 이번 감찰 시도는 형식과 절차 면에서 부적절한 부분이 많다. 실체가 불분명한 의혹만 갖고 통상의 절차까지 무시한 채 현직 검찰총장을 상대로 대면 조사를 시도한 것 자체가 무리수다.
통상 감찰은 대상자에게 의혹에 대한 해명과 근거 자료를 요구한 뒤 내용이 미흡하면 대면 조사에 나서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검사도 아닌 현직 검찰총장을 상대로 예비 절차도 없이 곧바로 현장에 들이닥쳐 감찰하겠다고 나선 것은 의도적인 망신 주기로 볼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이나 장관을 조사할 때는 경험 많은 부장검사급이 나서는데 법무부 감찰관도 아닌 평검사를 보낸 것 역시 검찰총장 예우를 의도적으로 생략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추미애 장관이 윤 총장을 겨냥해 감찰을 지시한 것은 라임 사건 검사 비위 은폐와 야당 정치인 수사 무마 의혹, 언론사주 면담, 옵티머스 관련 무혐의 경위, 특수활동비 등 4건이다. 하지만 대부분 추 장관이나 일부 지지층이 정파적 시각에서 제기한 의혹이 많고, 아직까지 비위를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 사실관계는 드러나지 않았다. 최근 법무부 감찰관실 파견 명령을 받은 친정권 성향 부장검사가 검찰총장 감찰 임무를 맡자 하루 만에 원대 복귀한 것도 감찰 지시에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판단에서였을 것이다.
추 장관은 무리한 검찰 인사와 잇따른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막고 있다는 의심을 사더니 이제는 여권에서도 도를 한참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직 검찰총장마저도 형식과 절차를 무시한 감찰로 몰아낼 생각이라면 박근혜 정권 시절 혼외자 문제 감찰로 ‘채동욱 쫓아내기’를 한 행태와 뭐가 다른지 의문이다. 검찰 개혁이 아니라 옹졸하고 비겁한 정치 보복으로 비칠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