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위 "우리 결론은 '김해신공항 백지화' 아니다...여권이 편한 대로 해석"

입력
2020.11.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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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단정하고 부산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밀어 붙이는 여권에 제동을 걸었다. 김해신공항 기본계획 검증 결과 발표 이틀 만이다.

검증위 핵심 관계자는 19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검증위는 김해신공항 추진 계획 폐기 여부에 관한 의사 결정을 한 것이 아니며, 검증 결과 보고서에서 '김해신공항을 못 쓴다'고 한 적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보고서는 김해신공항에 100점 만점 중 60~70점, 즉 D학점을 준 것"이라며 "조건을 개선하고 추진 계획을 재검토하면 동남권 신공항으로 사용 수 있다는 게 검증위 결론이었다"고 했다.

"김해신공항은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보고서 내용을 '폐기·백지화'로 여권이 해석한 것은 오독이라는 뜻이다. 검증위는 17일 검증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해신공항은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다만,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은 안전, 시설운용ㆍ수요, 환경, 소음 분야에서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며,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 면에서 매우 타이트한 기본계획"이라고 했을 뿐, '폐기·백지화'를 언급하지 않았다.

검증위 다른 관계자는 "김해신공항에 재시험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결론을 깔고 보고서를 낸 것"이라며 "재시험을 보게 할지 말지는 국토교통부가 결정하는 것이고, 국토부에 의사가 있으면 김해신공항 추진 계획을 보강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여권이 자기들 편한 대로 보고서를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증위 보고서 발표 하루 만인 18일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을 공언하는 등 후속 작업에 곧바로 착수했다.

검증위는 지난 9월 검증 결과를 최종 논의한 자리에서 '김해신공항 추진 계획을 중단할 만한 중대한 결함은 없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발언이 검증위에서 나오는 데 대해 "민주당과 부산·울산·경남 지역사회의 눈치를 보느라 '사실상 백지화'로 읽히도록 보고서를 작성해 놓고 뒤늦게 발을 빼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검증위 보고서의 핵심 근거가 된 법제처 유권해석을 놓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법제처는 '공항 부지 주변 산을 방치하려면 부산시와 협의했어야 하는데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의견을 11월 초 검증위에 전달했고, 이는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의 절차적 정당성이 없으므로 김해신공항 추진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논리로 활용됐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관계자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부산시와 사후 협의를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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