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일본학술회의에 군사 목적의 연구에 대해 재검토를 촉구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지난달 신규회원으로 추천된 학자 6명의 임명을 거부한 배경에는 군사 목적의 연구에 반대해 온 학술회의를 손 보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노우에 신지(井上信治) 과학기술담당장관은 17일 참의원 내각위원회에서 연구성과가 민생과 군사 양면에서 사용되는 ‘군민양용’ 기술에 대해 검토할 것을 학술회의 측에 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군민양용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냉정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과제"라고 말했다.
스가 총리와 자민당은 신규회원 임명 거부 논란을 계기로 학술회의를 개혁 대상으로 규정해 본연의 자세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해 왔다. 그러면서 학술회의에 투입되는 예산과 상근자 규모, 회원 추천방식 등을 문제 삼았다. 당시 이는 명분일 뿐 정부 정책에 반대 의견을 제시할 가능성이 큰 인사들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학술회의의 설립 배경과 임명이 거부된 6명의 학자 성향을 들여다 보면 이 같은 일본 정부의 속내는 보다 뚜렷이 드러난다. 학술회의는 전신인 학술연구회의가 태평양전쟁 당시 과학자들이 전쟁에 협력한 사실에 대한 반성을 바탕으로 1949년 설립됐다. 이에 1950년과 1967년 각각 "전쟁을 목적으로 하는 과학연구는 절대 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2017년에도 "연구자는 국가 안보를 군사적 수단으로 실현하는 연구에 관여하는 것을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일본 정부가 안전보장기술 연구 추진제도를 도입해 군민양용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대학·연구소·기업에 연구비를 지원하는 방안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점점 대학에 대한 연구 지원 예산이 축소되는 가운데 헌법 23조에 보장된 '학문의 자유'가 침해될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다.
중국의 부상과 안보법제 정비 등을 이유로 군민양용 기술 연구의 필요성을 주장해 온 정부와 자민당 입장에선 이 같은 학술회의의 태도는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스가 총리가 거부한 6명의 학자들도 아베 정권에서 추진한 △안보법 △공모죄 신설 △특정비밀보호법 등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 온 사회과학자들이다. 군사 목적의 연구를 장려하려는 현 정권의 정책에 반대할 가능성이 큰 인사들을 사전 배제한 셈이다.
이에 다무라 도모코(田村智子) 공산당 정책위원장은 정부에 대해 "학술회의의 토대를 뒤집으려는 것"이라며 "정부가 '학술회의의 태도가 괘씸하다'며 여론을 유도하고 있는 것은 전쟁 이전과 똑같지 않은가"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