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장 후보  ‘최종 2인’ 두고 마라톤 회의...종일 기싸움만

입력
2020.11.1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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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13일 공수처장 최종 후보 2명을 뽑기 위한 마라톤 ‘검증 회의’를 열었다. 공수처 출범에 속도를 내려는 여당과 정부는 이날 최종 후보를 선정하겠다고 배수진을 친 반면 야당은 ‘신중한 검증’을 강조해 회의 내내 기싸움이 팽팽했다. 결국 추천위는 후보를 압축하지 못한 채 18일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

“오늘 결론” vs “충분한 시간 필요”

추천위는 오전 10시부터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후보 검증에 돌입했다. 회의에는 추천위원장인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여당 몫 추천위원인 박경준 변호사ㆍ김종철 교수, 야당 몫 추천위원인 이헌ㆍ임정혁 변호사가 모두 참석했다.

7명의 추천위원이 추천한 예비후보 11명 중 사퇴 의사를 밝힌 후보를 제외한 10명을 대상으로 위원들은 재산, 병역, 가족관계뿐 아니라 공수처장 후보로서 갖춰야 할 능력, 중립ㆍ공정성 등을 심사했다.

여야 모두 중립적이고 공정한 인물을 뽑겠다고 한 목소리를 냈지만 검증 속도를 두곤 기싸움이 팽팽했다. 추천위원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오전 회의 종료 직후 “(공수처 출범이) 오래 지체됐으니 오늘 중으로 결론이 나기를 희망한다”며 “(오늘 안에 윤곽이 나오도록) 추천위원들이 다들 마음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 몫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는 ‘오늘 결론이 날 수 있냐’는 질문에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수처장 후보자에 대해) 찬성할지 반대할지에 대해서는 신상 자료 등 충분한 자료가 나와야 판단이 가능하다"며 "눈 감고 찬성, 반대를 결정할 수 없다”며 충분한 검증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토권 쥔 野… “지연시키면 비토권 무력화” 압박하는 與

이날 회의의 주도권을 쥔 쪽은 야당 몫 추천위원들이었다.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최종 후보을 뽑을 수 있다. 공수처 출범에 부정적인 야당 몫 추천위원 2명이 반대 의견을 제시하면 검증 작업이 장기화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고의적으로 후보 검증을 지연할 경우 국회의장에게 선택권을 넘기도록 관련 법을 개정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만약 오늘 아무런 진전도 없이 마무리돼 11월 내로 인사청문회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온다면 우리는 대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다음 주 초에 법사위 소위가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검증이 지체될 경우 같은 당 백혜련 의원이 발의한 공수처법 개정안을 민주당 주도로 통과시킬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 개정안에는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대신 국회의장에게 최종 후보 추천권을 넘기는 내용이 담겼다.

추천위는 이날 회의를 통해 후보군을 압축하지 못하고 18일 추가 회의를 열기로 했다. 추천위는 회의가 끝난 후 보도자료를 내고 "추천을 위해 추가로 확인할 사항이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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