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유도분만 탓…" 아기 잃은 엄마 호소에 靑의 답변은

입력
2020.11.13 14:00
청원인 "담당의사, 자연분만 강행… 아기 세상 떠나"
"수술실·분만실·신생아실 CCTV 설치해달라"
정부 "논의 과정 적극 참여… 반대 의견도 고려해야"

"무리한 유도분만으로 신생아가 사망했다"며 분만실, 신생아실, 수술실의 폐쇄회로(CC)TV 설치 등을 요청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정부의 답변을 받았다. 정부는 CCTV 의무화 요구에 뭐라고 답변했을까.

답변에 나선 강도태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3일 "불의의 사고로 소중한 아이를 잃은 유가족께 진심으로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먼저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또 "이 청원을 통해 억울한 저희 아기 죽음의 진상을 제대로 밝히고 의료진과 병원이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엄마의 호소에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 의료전담수사팀에서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다"며 "수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이 규명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간 의료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논란의 중심이 된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대해서는 관련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강 차관은 "수술실 CCTV 설치 청원은 이전에도 몇 차례 청원 답변 요건을 넘겨 답변을 했을 만큼 국민의 요구가 높은 사안"이라며 "환자 및 의료기관 종사자의 프라이버시 침해, 의료인의 방어적 진료 가능성 등 일각에서 제기되는 다른 의견들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숙고의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회에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2건, 요양병원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1건 발의돼 있다"며 "정부에서도 입법을 위한 논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는 등 청원인이 걱정하는 환자 피해 방지 및 권익 보장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청원인이 수술실은 물론 분만실과 신생아실에도 CCTV 설치를 의무화해달라고 청원한 점과 관련해서는 "수술실 CCTV 입법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함께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의료과정을 기록한 CCTV 영상이 향후 의료사고 여부를 밝히는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지만, 분만 과정의 녹화를 기피하는 산모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또한 고려하며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약속했다.

청원인 "소송 중 의사, 의료계 종사 금지해야" 정부 "무죄추정 반해"

다만 의료사고 소송 중인 의사의 의료계 종사를 금지시켜달라는 청원인의 요구에는 "업무상 과실 여부에 따른 유죄 또는 무죄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인의 의료업 종사를 일률적으로 금지한다면 경우에 따라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고 헌법상 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강 차관은 "보건복지부에서는 2012년부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운영해 전문적인 감정과 적정한 손해배상액의 산정을 통해 의료분쟁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도움을 받아볼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앞서 청원인은 9월 15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무리한 유도분만으로 열달 내 건강했던 저희 아기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의료진은 차트를 조작하며 본인들 과실을 숨기려하고 있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4년 전 진단받은 허리디스크 때문에 담당의사에게 제왕절개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물어봤지만, 담당의사가 유도분만을 진행해서 자연출산하자고 했다"며 "아기가 내려오지 않아 힘이 많이 빠진 상태여서 자연분만 포기의사를 밝혔지만, 담당의사는 제 의견을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흡입기계와 배밀기를 동시에 계속 진행했지만 아기는 내려오지 않았고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아기 머리가 나왔다"며 "아기의 몸이 전부 나왔을 때 전혀 울지 않았고 의료진들이 저희 부부에게 아기를 보여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아기는 이후 대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태어난 지 4시간 19분만에 심정지로 세상을 떠났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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