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北 방문 의사 지금도 유효"

입력
2020.11.12 21:24
이임하는 이백만 대사 단독 접견 자리에서
"나도 가고 싶다" 의사 피력한 것으로 알려져
교황청 실무라인도 "초청장 오면 가능" 입장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북 의사를 재차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교황청 대사관은 11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달 23일 임기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이백만 대사를 단독 접견한 자리에서 이러한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 대사는 이 자리에서 교황에게 “지금도 (방북할 수 있다는) 입장이 유효하시냐”고 물었고 교황은 “지금도 같은 생각”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사가 “북한을 방문해 그곳 주민들에게 축복을 내려주시길 바란다”고 말하자 교황은 “나도 가고 싶다”고 호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북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8년 10월 교황청을 예방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요청 의사를 전달받은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초청하면 갈 수 있다”며 사실상 수락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교황은 문 대통령의 한반도평화 프로세스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전인 2018년 2월 이 대사의 신임장 제정 때도 “북한이 초청하면 못 갈 이유가 무엇이냐”며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었다고 알려져 있다.

교황이 이 대사를 만나 방북 의지를 재확인한 데 대해 교황청은 신중한 입장이지만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교황청 서열 2위인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 총리(추기경)는 지난달 23일 이 대사와의 면담에서 “교황님이 북한을 방문하려면 최소한의 조건이 갖춰줘야 한다”며 “교황청 안에 신중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교황님이 결정하면 그 어떤 결정이라도 따른다”고 강조했다. 교황이 실제로 방북을 추진할 경우 그 실무를 맡게 될 국무원 내 국무ㆍ외교부 정책 라인도 “공식 초청장이 오면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기다리는 데 익숙하다” 등의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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