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성당에서 혼배미사(결혼식)가 있었습니다. 신랑 신부 모두 이곳에서 만난 베트남 외국인 근로자들로 혼배미사 자체는 보통 때와 다를게 없었지만 한가지 달랐던 것은 신랑 신부측의 가족과 친지들이 전혀 참석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양쪽의 가족, 친지들이 살고 있는 베트남이 아닌 이곳 타국에서 결혼식을 하게 된 것은 순전히 '코로나' 때문으로 이전에 외국인 근로자들은 계약 기간이 끝나면 일단 고국으로 돌아간 후 현지에서 계약을 연장하거나 새 일자리가 확정되면 다시 들어왔고 그 과정이 별로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출국하고 나면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다시 들어 오는 것이 힘들어 졌고 대신 이전과 다르게 계약 기간이 끝나도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서 직접 계약을 연장하거나 새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제도가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코로나 사태를 더 이상 기다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일자리를 포기 할 수도 없기에 결국 이곳에서 결혼식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SNS 생중계(?)를 통해서 베트남에 있는 가족, 친지들도 혼배미사는 물론이고 피로연까지 실시간으로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생중계라는 것은 큰 방송국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저희 같은 평범한 사람들도 스마트폰과 인터넷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세상이 되었고 그뿐만이 아니라 유리만큼 얇은 평면 TV, 다양한 인공 지능 가전 제품들, 자율 주행 자동차 등 예전에는 상상 속에 있던 것들이 지금은 우리 눈앞에 있습니다.
이렇게 세상에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들이 나오고 또 그 만큼 진보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새로운 기술들에는 긍정적인 면이 있는 반면 부정적인 면도 있기에 '기술의 진보가 우리의 삶을 발전 시킨다'라고 표현하면 못마땅해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기술의 진보가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준다'라는 표현에는 별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특별한 사람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기술의 진보를 받아들이고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으며 저 또한 그런 사람중의 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런 편리한 생활을 누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보에 빨라야 하고 또 계속해서 배우고 익혀야 하지만 살짝 게으른데다가 기계치(?)이기까지 한 저 같은 사람에게는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라 가끔 뒤쳐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남들보다 좀 불편하게 살아야 할 때도 있지만 너무 편리함만을 추구하다 보면 잃는 것도 있기에 때로는 알면서도 웬만하면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웬만하면 걷고, 웬만하면 사용하던 구식 물건을 계속 사용하는 등 일부러 불편함을 감수하려고 할 때도 있습니다. 사실 조금 불편하다 해도 제 어린 시절은 말할 것도 없고 불과 십여 년 전과 비교해도 지금이 훨씬 편하고 또 많은 것을 누리며 살고 있기에 그때를 생각하면 그 불편함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물론 편리함은 아주 쉽게 익숙해 지기에 생각만큼 따라 주지 않을 때도 있고 그 만큼 노력도 필요합니다.
어쨌거나 불편함을 감당하거나 혹은 감당하지 못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옛날 어르신들이 자주 하신 던 "세상 참 좋아졌네!"라는 말이 이제는 제 입에서도 가끔 나오는 것을 보면 저도 이렇게 나이를 먹어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