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노사 간 힘의 불균형 심화로 노사관계 더 악화될 것”

입력
2020.11.12 15:33
노조의 직장점거는 사실상 허용
사용자 직장폐쇄·대체근로는 금지
성실교섭 관련 처벌 역시 사용자만 해당

국회에 계류 중인 정부의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노사간 힘의 불균형 심화로 노사관계는 더 악화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2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노사균형,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전문가 세미나에서 이런 분위기는 그대로 전해졌다. 기조발제에 나선 김희성 강원대 교수는 "사용자의 직장폐쇄가 파업에 대한 대항행위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노조의 직장점거에 대체근로도 할 수 없어 노조의 부당한 요구까지 들어주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가 이런 노사관계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수용하는 노조법 개정을 강행한다면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행 노조법은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대항행위로 직장폐쇄와 노조의 직장점거 금지를 규정하고 있으나, 판례는 직장폐쇄를 판단할 때 대항행위가 아닌 공격적 직장폐쇄로 인정하는 사례가 많아 사실상 사용자의 대항행위로서 기능을 상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한국은 직장폐쇄가 어렵지만, 미국·독일·영국·프랑스·일본 등이 허용하고 있는 대체근로마저 전면금지 하고 있어 산업현장에서 쟁의 발생 시 노사교섭력의 균형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주요 국가들과 달리 쟁의행위로 점거가 금지되는 시설을 '생산 기타 주요 업무에 관련되는 시설'로 한정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사업장 내 쟁의행위를 허용해 점거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처벌 규정과 관련해서도 노사간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노조법상 노사 양측에 성실교섭의무가 부과되지만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사용자만 처벌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노조는 이 처벌 조항을 사용자를 압박하는 도구로 활용 해왔다"며 "처벌 수위 역시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형벌 대상으로 삼고 있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한다"고 전했다.

기조발제에 이어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도 노사균형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는 "쟁의 시 대체근로와 도급을 금지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며 "노사간 무기대등의 원칙에 입각해 대체근로 허용, 직장점거 금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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