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정부가 '밍크 1700만마리 살처분' 일단 멈춘 이유

입력
2020.11.11 17:28
"코로나19 영향 없는 밍크 살처분하려면 새 법안 필요"

"실수를 저질렀다. 유감스러운 실수다."

지난주 변종 코로나바이러스 위험을 막는다며 최대 1,700만 마리에 이르는 자국 내 밍크를 모두 살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던 메떼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한 발 물러섰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모든 밍크 살처분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다”며 의회에 사과했다고 영국 BBC와 미국 CNN방송 등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은 농장의 밍크까지 살처분 하려면 의회에 새로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새 법안이 통과되는 데는 30일 정도가 걸린다. 또 야당이 새로운 법안을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덴마크 정부는 10일 밍크 사육 농가에 밍크 살처분을 '권고'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이미 지난달 1일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된 농가와 감염이 의심된 농가에서 7.8㎞떨어진 농가까지 밍크 살처분을 명령했고, 농가는 살처분을 해 왔다. 지금까지 살처분 된 밍크는 285만마리에 달한다.

덴마크가 1,700만마리의 밍크 살처분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변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곳곳에서 발견됐기 때문. 덴마크 밍크농장 5곳에서 12명이 변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확인됐고 이러한 상황이 현재 개발 중인 백신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 상황이었다.

덴마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밍크모피 생산국으로 1,100여개 농장에서 1,500만~1,700만마리의 밍크가 사육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200여개의 밍크 농장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됐고, 밍크 사육농가가 다수 위치한 덴마크 북부에서는 감염자 738명의 절반 가량이 농장에서 비롯된 감염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700만 마리의 전량 살처분 결정은 농장주뿐 아니라 과학자, 정치인 사이에서도 논쟁을 일으켰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이하는 것은 흔한 현상이며, 이번 변이가 심각한 수준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 덴마크 야당 지도자는 "살처분이 적절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두고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크다"며 "이번 정부의 결정은 투명성이 결여됐고, 농장주에 대한 보상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밍크 살처분 정책에서 한 발 물러섰지만 덴마크에서 밍크 산업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BBC는 전했다. 덴마크 농림수산식품부는 "실수가 발생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코로나 상황에서 밍크 사육이 리스크가 크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농장주에 대한 보상을 포함해 밍크 기업들과 합의에 근거해 살처분 작업을 계속 진행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밍크의 살처분 방식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밍크를 큰 상자에 넣고 가스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살처분 하는데 8일에는 살처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상자 속 시체 더미에서 살아남은 밍크 한 마리가 고통스러워 하는 영상이 온라인에 나돌기도 했다. 덴마크의 동물단체인 애니멀프로텍션의 브리타 리스 대표는 CNN에 "(밍크를 살처분하는 것이) 필요한 결정"이라면서도 "밍크는 올바른 방식으로 안락사 되어야 한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지켜져야 하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

한편 코로나19 이후 네덜란드는 3년 앞당겨 내년 봄부터 밍크 농장을 폐쇄키로 했고 영국과 오스트리아는 수 년 전 모피 생산을 금지했다. 이외에 독일, 벨기에, 프랑스, 노르웨이도 단계적으로 모피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다.

고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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