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임상시험에서 90% 효과를 보였다는 소식에 코로나19 대유행의 끝이 보인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아직은 차분히 지켜봐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발표 내용만으론 꽤 긍정적이긴 하지만, 임상 초기인 데다 유효성과 유통 측면에서 유전자 백신이 갖는 한계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10일 과학계와 제약업계 전문가들은 화이자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효능을 엄밀히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데 대부분 의견을 같이 했다. 외신 등을 통해 알려진 바로는 올 7월 시작된 이 백신의 임상시험 3상에 4만3,583명이 참가자로 등록했고, 지난 8일까지 3만8,955명이 백신과 가짜약 그룹으로 나뉘어 접종(1, 2차)을 마쳤다. 이들 가운데 94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백신을 맞고도 확진된 경우는 그 중 10%를 넘지 않았다. 나머지 약 90%는 가짜약을 맞고 걸렸다는 얘기다. 정대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94명은 백신 효과를 대변할 수 없는 수치”라며 “참가자들 증상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이번 조사는 참가자들이 백신 접종을 완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뤄졌다. 국내 한 백신 제조사 관계자는 “백신은 접종 초기에 가장 효과가 좋다”며 “6개월, 1년이 지나도 데이터가 유지돼야 최종 효과가 확인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임상시험은 설계, 진행, 분석하는 방법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 홍기종 건국대 교수는 “임상시험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계됐는지가 공개돼야 과학적 의미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자의 백신은 협력사인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바이러스 전체나 일부를 항원으로 삼아 체내에 직접 주입하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라, 몸에 들어가 항원을 생산해내는 유전자(mRNA)를 백신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이번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생존에 필수인 스파이크 단백질을 생산하는 유전자를 인체에 주입해 면역력을 갖게 하는 원리다. 백신의 유전자가 생산한 스파이크 단백질을 침입자로 인지한 면역체계가 방어 능력을 작동시키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유전자를 설계하고 합성하는 기술이 어렵지 않기 때문에 유전자 백신은 일반 백신보다 생산 속도가 빠르다. 하지만 유전자 백신이 제품으로 나온 적은 없다. 한계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일반 백신은 주성분이 항원이기 때문에 주입하면 바로 효능을 발휘한다. 그러나 유전자 백신은 주성분인 유전자가 세포 안으로 들어가 항원을 만들어낸 뒤에야 효능을 기대할 수 있다. 세포까지 도달하지 못하면 쉽게 분해되고, 그만큼 백신의 효능은 떨어진다. 결국 화이자 백신도 유전자를 어떻게 세포까지 잘 ‘전달’하는지가 유효성의 관건이다. 남재환 가톨릭대 교수는 “mRNA를 나노입자에 싸서 전달하는 방식일 텐데, 구체적인 기술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전자는 불안정하기 때문에 대개 얼려서 보관한다. 유전자 백신의 첨가제 선택이나 유통 온도 설정이 일반 백신보다 훨씬 까다로운 이유다. 업계에는 화이자 백신이 영하 70도 가까운 저온에서 보관돼야 한다고 알려졌다. 한 백신 전문가는 “유통이 까다로우면 선진국에서나 맞는 백신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한계를 모를 리 없는 화이자가 임상 중간 결과를 언론을 통해 발표한 건 정치적 의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