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좋은데... '바이든 대통령'에 글로벌 뭉칫돈 몰려드나

입력
2020.11.09 04:30
대선 악재 끝? '위험선호 현상' 자극
당분간 '달러 약세'→외인 유입할 듯
LG화학 주가 급등 "BBIG 수혜" 전망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대선 승리로 국내 금융시장엔 당분간 '훈풍'이 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던 대선 결과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관망세를 보이던 투자심리가 활기를 되찾을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특히 당분간 달러 약세 국면이 예상되는 가운데 코로나19 통제국가로 꼽히는 아시아 증시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인 폭풍 매수에 코스피 2,400선 안착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는 지난 5거래일간 연속 상승 마감하며 2,400선에 안착했다. 미 대선 개표과정은 혼전을 거듭했지만 대선이란 정치적 불안 요인이 한풀 꺾이자 안정과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를 보였다.

증권업계에선 향후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매수세가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코스피에 외국인 매수 물량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미 대선 결과가 명확해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 '위험 선호' 현상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국인이 지난 3일 이후 코스피에서 순매수한 주식은 1조9,300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3,900억원 규모를 팔아치우며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기 급급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달러 가치 하락... 세계 뭉칫돈이 국내로?

바이든 정권이 집권 후 본격적으로 경기부양책 카드를 꺼내들 경우엔 글로벌 자금 유입에 더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부양책이 현실화되면 미국 정부의 씀씀이(국채 발행)는 커지고 이에 달러 가치 하락(원화 가치 상승) 흐름이 지속될 수 있어서다. 이미 지난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20.4원에 마감해 연중 최저점(1,125.1원)까지 경신했다.

'달러 약세·원화 강세' 환경은 환차익을 노린 글로벌 패시브 자금을 국내 증시로 유입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은 코로나의 효율적 통제로 다양한 국제기구들이 성장 전망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외국인 매수세가 강화될 수 있는 여건"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집권에 따라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가 다소 낮아질 수 있다는 점까지 맞물리며 달러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내년 세계경제 회복국면에서 달러 약세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원·달러 환율이 1,050원 수준에 근접할 경우 수출기업 환율 부담 등으로 하락 속도는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땡큐 바이든"... BBIG 다시 뜬다

바이든 시대 개막은 국내 증시의 유망주 지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일단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바이오산업 등 바이든이 일찌감치 투자를 선언한 업종으로 투자 수요가 몰릴 수 있다.

바이든은 앞서 향후 4년 간 친환경 사업에 2조달러, 우리 돈으로 무려 2,200조원에 달하는 규모를 투자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또 취임하자마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로 최근 태양광 업체 한화솔루션, 풍력업체 씨에스윈드 등 친환경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최근 주가가 부진했던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종목들도 다시 주목 받는 분위기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KRX BBIG K-뉴딜지수'는 전날보다 32.05포인트(1.12%) 오른 2,891.55로 마감했다. 미 대선 투표 전날인 지난 2일 이후 5일 연속 상승세다.

이 지수는 △2차전지(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바이오(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SK바이오팜) △인터넷(네이버·카카오·더비즈온) △게임(엔씨소프트·넷마블·펄어비스)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바이든 정부에서 전기차 의무판매가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3총사' 주가는 지난달 말과 비교해 평균 14% 이상 급등했다. 김성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강도가 약화될 수 있지만 친환경으로의 방향성 자체는 유지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대선 이벤트에 가려졌던 코로나19 재확산은 여전히 글로벌 증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거대 변수다. 트럼프의 대선 불복 소송 등으로 대선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상황은 아닌만큼 단기적인 혼란이 증폭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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