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쌀쌀하면 심해지는 건선…"건강식품으로 악화 못 막아"

입력
2020.11.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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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 제제, 건선 치료에 큰 효과


날씨가 건조하고 쌀쌀해지면 더 심해지는 질환이 ‘건선(psoriasis)’이다. 건선은 하얀 각질이 덮인 붉은색 발진이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만성 피부 질환이다. 단순히 피부에만 국한되지 않고 신체의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전신성 염증 질환’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

건선은 두피나 팔꿈치, 무릎, 엉덩이 부위 등에 좀 더 잘 생기는 경향이 있지만, 얼굴을 비롯해 온몸에 생길 수 있다. 손톱ㆍ발톱이 두꺼워지거나 빠질 수 있으며 특히 압박이나 자극을 많이 받는 부위인 무릎ㆍ팔꿈치ㆍ엉덩이 등에 잘 생긴다.

전신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므로 피부 병변 외에도 다양한 질환이 생길 수 있다. 건선관절염의 경우 건선 환자의 10~30%에서 나타나는 염증성 관절염으로 치료가 늦어지면 관절이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 또, 건선 환자에서 비만ㆍ고혈압ㆍ이상지질혈증ㆍ당뇨병 같은 대사성 질환과 심장마비ㆍ뇌졸중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문제는 건선이 우리 몸의 면역학적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면역력 저하’로 오해해 ‘면역력 증강’을 위해 건강보조식품 등을 찾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대한건선학회(회장 박철종 부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가 33개 의료기관(1차 의료기관 19개, 2ㆍ3차 의료기관 14개)을 방문한 건선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 조사(2019~2020년)에 따르면 건선 호전을 목적으로 건강보조식품이나 식이요법 등에 비용을 지출하는 환자가 60% 이상이었다.

연간 100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환자도 10% 이상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많은 건선 환자가 근거가 불명확한 방법에 의존하고 상당한 경제적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보여준다.

조성진 대한건선학회 홍보이사(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건선은 동반 질환까지 고려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데, 온라인의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맹신하면 증상이 악화되고 부작용을 겪을 수 있는 위험이 높다”고 강조했다.

최근 안전한 건선 치료제가 속속 개발되고 있으며, 특히 최근 도입된 생물학적 제제들은 매우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다. 생물학적 제제로 치료한 결과, 건선 병변이 90~100%까지 호전되는 환자도 크게 늘었다.

특히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생물학적 제제는 건선 발병에 관여하는 ‘인터루킨’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주사제다. 생물학적 제제는 증상 개선 효과도 뛰어나고 안전하며 환자의 치료 순응도도 높다. 인터루킨-23 억제제 가운데 ‘스카이리치’는 지난 6월부터 건강보험 적용을 받았다. 스카이리치는 유지 용량 기준 3개월 간격으로 연 4회 투약한다. ‘IMMhance 연구’ 등 주요 임상 결과, 스카이리치로 치료한 지 16주 만에 완전히 깨끗한 피부가 된 건선 환자가 47%였고, 2년간 투여하면 72%에서 효과가 나타났다(PASI 100에 도달).

제도적인 환경도 개선되고 있다. 충분한 기간 적절한 치료를 받았음에도 증상이 심한 중증 건선 환자들은 산정특례제도 혜택을 받아 경제적 부담을 덜게 됐다.

정기헌 대한건선학회 정보이사(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건선 치료법 발전과 제도 개선으로 중증 건선 환자도 제대로 치료받으면 얼마든지 완치에 가까운 증상 개선이 가능하게 됐다”며 “잘못된 정보에 휩쓸리지 않고 건선을 제대로 아는 것이 환자의 치료 의지를 높이고 장기간에 걸쳐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건선을 관리하는 데 중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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