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대선 전후에 이른바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 순위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경수(53) 경남지사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6일 선고받았다. 다만 원심과 달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는 무죄가 선고됐고, 법정구속도 면했다. 대법원에서 이대로 형이 확정될 경우, 그때부터 약 7년간 공직 출마가 불가능해지는 만큼 김 지사로선 사실상 정치 생명이 끝나는 최대 위기에 내몰렸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함상훈)는 이날 김 지사가 ‘드루킹’ 김동원(51ㆍ수감 중)씨와 공모해 2017년 대선을 전후해 댓글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사용해 여론을 조작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업무 방해죄)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민주사회에서 공정한 여론 형성은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고, 이를 저해한 행위를 했을 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는 최대 쟁점이었던 김 지사의 킹크랩 시연 참관 및 개발 승인 여부와 관련, 이를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김 지사 측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수행비서의 구글 타임라인과 닭갈비 식당 영수증 등을 증거로 제출, “시연일로 지목된 2016년 11월 9일 김 지사가 시연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드루킹 측이 조작한 전체 댓글 중 약 25% 정도는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에 불리한 ‘역작업’이었다고 판단, 김 지사의 범행 내역에선 제외됐다.
선거법 위반(매수 및 이해유도죄) 혐의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던 1심과 달리,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김씨 측근에게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것이 지방선거와 관련돼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 지사가 센다이 총영사직을 드루킹 일당인 도두형 변호사에게 제안한, 2018년 1월 당시는 지방선거 후보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선거운동과는 무관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다.
김 지사는 선고 후 취재진과 만나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말한 뒤, 즉각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진실의 절반만 밝혀졌고 나머지 진실의 절반은 대법원에서 반드시 밝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을 수사한 허익범 특별검사도 일부 무죄 선고에 “법리 판단에 대한 견해가 다르다”며 상고 방침을 시사했다.
재판부는 이날 김 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현재 공직에 있는 등 도망의 우려가 없다”면서 보석 결정을 취소하지는 않았다. 대법원에서 법적 다툼을 이어가는 동안에는 현재 1년 8개월 남은 도지사 임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러나 공직선거법과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법원에서 항소심 결론이 확정될 경우 김 지사는 향후 7년간 공직 선거에 출마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선고 형량인 2년은 물론, 형의 실효(失效·효력을 잃음)까지 추가로 5년 동안 피선거권(선거에 입후보해 당선인이 될 수 있는 권리)이 박탈되기 때문이다. 1심 선고 당시 법정구속돼 77일간 수감돼 있다가 항소심 재판 도중 보석으로 풀려난 걸 감안하면, 유죄 확정 시 그는 최소 6년 9개월여간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