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갈비도, 구글 타임라인도 김경수 '무죄' 증거 될 수 없었다

입력
2020.11.06 18:49
8면
재판부 "로그인 기록 볼 때 시연회 참관했다"
선거법 위반 혐의도 무죄지만 '대가' 인정돼

김경수 경남지사의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마찬가지로 “김 지사가 2017년 대선 즈음 ‘드루킹’ 김동원 씨와 댓글 조작을 공모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비록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서 무죄가 나오기는 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가 아닌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의 댓글 활동과 관련한 보상으로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것”이라는 판단을 내놨다. 즉, ‘완전무결한 무죄’로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6일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함상훈)는 김 지사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댓글조작)는 유죄 △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20개월 심리 끝에 "킹크랩 시연 봤다" 결론

1년 8개월이나 이어진 항소심 재판의 핵심은 ‘김 지사가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을 실제로 보았는가’ 여부였다. 김 지사가 직접 시연을 참관했다는 결론이 나면 '킹크랩 개발 및 운용에 동의 또는 승인했다'는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정황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김 지사 측은 이를 뒤집기 위해 수행비서의 구글 타임라인, 닭갈비 영수증 등 새로운 증거들을 항소심에서 내놓았지만 결론을 바꾸지 못했다. 김 지사 측은 “2016년 11월 9일 오후 6시 50분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사무실에 도착해 1시간 가량 식사를 한 뒤,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댓글 활동에 관한 브리핑을 들은 뒤 9시 15분에 그곳을 떠났다”는 동선을 제시하며 “김 지사는 킹크랩 시연을 볼 여유가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그날 오후 8시 7분부터 16분간 로그 기록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연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사실상 새로운 증거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8시에는 브리핑이 끝났다”는 드루킹 일당의 진술을 받아들였다.

김 지사 측이 항소심 막바지에 내놓은 더미데이터(의미 없이 가상으로 설정된 정보)도 힘을 쓰지 못했다. 변호인들은 킹크랩 개발에 참여한 강모씨의 노트북에서 드루킹 일당이 사용 아이디를 ’1개→3개→1개’ 식으로 늘렸다가 줄일 것이라고 계획한 단서를 발견했다. 1심은 드루킹 일당이 김 지사 시연회를 위해 아이디를 늘린 것으로 결론 내렸는데, 김 지사 측은 그와 상관 없이 아이디 조정 작업이 이뤄졌다고 반박한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은 “1개 아이디로 세밀한 작업을 완수한 후 다수 아이디를 돌리는 게 자연스럽고, 김 지사 방문 전 이틀 동안은 3개 아이디를 단순히 돌리는 확인작업만 했다”며 김 지사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거법 부분서도 '보상행위' 인정

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가 나왔지만 재판부는 "2018년 지방선거가 아닌, 2017년 대선에 관한 보상"이라고 설명했다. 김씨의 인사 추천 요구에 응해 드루킹 일당인 도두형 변호사에 공직을 제안한 사실 자체는 인정한 것이다. “김 지사가 그 요구에 응했기 때문에 드루킹 일당의 범행이 유지되고 강화됐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재판부는 특검의 공소사실에 명시된 시점이 '2018년 지방선거'였기 때문에, 공소사실에서 벗어난 행위까지는 유죄로 인정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했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도 '김 지사가 킹크랩을 이용한 댓글 조작 사실을 알았고 그 대가로 공직을 제안했다'는 특검의 범죄사실의 요지는 인정한 셈이다. 재판부가 “2016년 6월부터 2018년 2월 사이의 기본적인 사실 관계를 볼 때 두 사람의 관계는 매우 밀접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한 것도 김 지사에게는 불리한 정황이다.

윤주영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