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지사가 6일 ‘드루킹 댓글 사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아 발목이 묶이면서 여권 대선 판이 당장 출렁일 일이 없게 됐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빅2 구도'가 한동안 유지될 것이란 얘기다. 친문(친문재인) 적통인 김 지사가 자유로워지면 여권 표심이 김 지사에게 확 쏠릴 공산이 컸다. 이 대표는 친문(친문재인) 진영과 전략적 연대를 이어가게 됐고, 이 지사도 판을 흔들어 볼 기회를 확보했다.
이낙연 대표는 김 지사 유죄 선고 직후 페이스북에 “항소심 판결이 아쉽다. 대법원에서 바로 잡히리라 기대한다”고 짤막한 입장을 내놓았다. 이 대표 주변에선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 대표는 친문의 ‘대안 후보'에 가깝다. 친문계가 이 대표를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친문의 '김경수 킹메이킹'이 난관을 만나면서, 친문 표심이 이 대표를 계속 맴돌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의 지지율엔 친문계의 지지가 상당 부분 포함돼 있는 만큼, 친문이 떠나면 이 대표가 휘청일 터였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표는 김 지사라는 ‘친문 대체재’가 있다는 사실을 늘 신경 썼을 것"이라며 “김 지사 유죄 판결로 불확실성이 사라진 셈”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친문 후보로 쐐기를 박았다고 보긴 어렵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 지키기가 1순위 목표인 친문은 믿을 수 있는 후보,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끝까지 찾으려 할 것"이라며 "이 대표는 ‘친문 끌어안기’ 행보에 보다 힘을 실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이 대표의 미래는 20%대 초반에 정체돼 있는 지지율을 스스로 끌어올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지사가 유죄를 선고 받은 것에 대해 “안타깝다. 대법원 재판이 남아 있으니 잘 수습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는 '표정 관리'에 가깝다. 이 지사에게도 김 지사의 등장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 지사가 이 대표보다 우위를 보이고 있는 영남 지역과 중도층 지지 기반을 잠식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친문계 의원은 “이 지사에겐 이 대표보다는 김 지사가 더 어려운 상대일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친문계가 경쟁력 있는 후보를 찾기 위해 대선 판을 키워 불확실성이 커질 수록 이 지사가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커진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 이 지사, 김 지사 모두 각자 색깔이 뚜렷하기에 ‘김 지사 무죄→3강 구도 형성→여론의 주목도 상승’으로 선순환하길 바랐는데 안타깝다”며 “당의 큰 손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