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유의 전통의상인 한복을 둘러싸고 한국과 중국 누리꾼들이 때아닌 원조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도화선이 된 건 중국 게임업체 페이퍼게임즈의 스타일링 게임 '샤이닝 니키'가 최근 국내에 진출하면서 아이템으로 선보인 한복 의상입니다.
해당 의상을 두고 중국 누리꾼은 "한복은 중국의 것"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고, 이에 대해 국내에서는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죠. 그런데 이런 억지 주장을 펼치는 중국인이 '일부'가 아니었나봅니다. 거센 비판에 개발사는 "하나의 중국기업으로서 페이퍼게임즈와 조국의 입장은 늘 일치한다"며 결국 한복 관련 아이템을 삭제했어요. 국내 여론은 발칵 뒤집어졌죠.
이번엔 한국 누리꾼들이 나섰습니다.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실시간 트렌드에는 '샤이닝 니키' 관련 단어가 올라왔습니다. 국내 누리꾼들은 항의성 게시글을 올리며 게임 불매를 선언하고 나섰습니다. 환불을 요구하거나 탈퇴 인증샷(사진)을 올리는 이들도 있었어요. 한 누리꾼은 노(NO) 재팬 운동에 빗댄 '보이콧 샤이닝 니키'를 제안하면서 "한복은 한국의 것. 매국하지 않는다"고 쓰기도 했습니다.
또 '한복 챌린지'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비롯 자신이 직접 그린 한복 그림을 올리는 등의 방식으로 한복이 우리나라 것임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관련 챌린치에 참여한 한 누리꾼은 "당연히 우리 옷인데 이렇게 챌린지를 해야한다는 것 자체가 어이없는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한국과 중국 누리꾼이 한복을 갖고 충돌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중국에서 부는 '한푸(漢服) 부흥운동' 때문인데요. 현재 중국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한족의 복식을 되찾자는 취지로 명나라 등의 전통의상을 고증하면서 조선시대 한복의 원조가 바로 중국이라고 주장하게 된 거죠.
실제 중국에서는 미인대회, 드라마, 패션쇼 등에서 한복으로 보이는 옷이나 장신구가 등장하는 일이 늘었다고 합니다. 현지의 유명 드라마 작가이자 제작자 우정(于正)도 웨이보에서 "명나라의 속국 고려가 명나라의 옷을 입었다고 한(韓)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어요.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샤이닝 니키'의 한복에는 "명나라의 영향을 받은 옷"이라는 주장부터 "조선족의 의상이니 중국의 것"이라는 목소리가 들끓게 된겁니다.
'샤이닝 니키'에서 한복 아이템은 삭제됐지만, 우리의 고대 북방 역사를 중국의 것으로 만들려는 '동북공정'과 맞물려 국내 누리꾼의 공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웃어넘길 일이 아니라는 거죠.
이날 관련 청와대 청원도 등장했는데요. '중국이 한복, 김치, 사물놀이 등을 중국의 것이라 주장한다'는 내용입니다. 청원인은 "중국이 예능과 드라마에서 갓을 쓰고 한복을 입고 김치를 담그고 부채춤을 춘다"며 "소중한 우리 문화다. 당장 중국에 입장을 표명하라"고 정부를 향해 요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