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미국 대선 후보로 맞붙은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는 여러 지점에서 다른 면모를 보였으나 가장 대척적인 것 중 하나는 기후 변화에 대한 입장이었다.
트럼프는 대통령 임기 동안 석탄연료, 배기가스 기준 등 160개 이상의 환경 규제를 완화하거나 역행했으며,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유지하기로 한 파리기후협약에서도 탈퇴했을 뿐더러, 미국 내 화석연료 생산을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반면 바이든은 당선시 파리기후협약 재가입, 2050년까지 전 부문에서 ‘탄소 제로’ 달성을 내걸었다.
두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판하는데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으나 최소한 지구를 생각한다면 "지구 온난화는 값비싼 거짓말”이라던 트럼프는 지지할 수가 없다. 그러나 해수면 상승과 녹아가는 빙산, 초강력 태풍 등 전 세계 곳곳에서 기후 위기의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음에도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미국인들은 트럼프를 지지한다. 이유는 하나다. 그들에게 기후위기란 그다지 급박한 문제가 아니어서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이에 대해 “전 지구적 위기의 진짜 문제는 무수히 많은 고정된 ‘무관심 편향’과 맞닥뜨려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극단적인 기후, 홍수와 산불, 이주와 자원 부족 등 기후변화에 따르는 재난들 중 상당수는 생생하고 개인적이며 상황이 악화되어 가고 있음을 암시하지만, 이들을 다 합쳐 놓으면 영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가 쓴 ‘우리가 날씨다’는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과 책임을 “추상적이고 멀고 고립된 현상”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가까운 공통의 문제로 치환해 풀어낸 책이다. 앞서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와 육식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준 논픽션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2009)에 이어 10년 만에 낸 기후변화 에세이다. 방대한 최신 자료를 근거로 “왜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행동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탐구한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을 비롯해 많은 베스트셀러를 써낸 소설가가 자신의 이야기 재능을 기후 변화 문제에 사용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기후는 과학계가 일반 대중에게 제시해야 했던 문제 중에서 가장 지루할 확률이 아주 높”고 “기후 위기는 또한 문화의 위기이며 그래서 상상력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당면했으나 모두가 상상력의 한계를 느끼는 이 문제야말로 소설가들의 재능이 필요한 영역이다.
이를 위해 포어가 빌려오는 예시는 유대인인 자신과 가족의 역사다. 포어의 할머니는 스물 두 살에 나치를 피해 부모님과 형제, 친구들을 두고 폴란드의 고향 마을을 떠난다. 나치의 위협을 ‘알면서도’ 고향을 떠나지 않은 가족들은 모두 죽었고 할머니만 살아남았다. “얼어 죽을 듯한 추위와 질병, 영양 결핍을 견디”며 “나치가 당신을 죽이지 못하도록 수천 킬로를 걸으면서” 폴란드를 떠난 덕에 할머니는 그 자신과 그 뒤에 올 모든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인류 역시 마찬가지다. 포어는 위기 앞에서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도대체 왜 우리의 자살과 미래 세대의 희생을 택했는지 묻는 미래 세대의 질문 앞에 “그때는 잘 몰랐다고, 우리는 개인에 불과해서 중대한 변화를 일으킬 수단이 없었다”고 “우리 자신을 구하고 그들을 구할 능력이 없었다”고 말하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말한다. 체념 아니면 저항 두 가지 중 무엇을 선택할지는 바로 우리에게 달려있다는 것이다.
물론 포어 자신 역시 이 믿음 앞의 완전한 순교자가 되지 못함을 인정한다. 포어는 책 홍보를 위해 전국을 돌면서 그토록 규탄했던 공장식 축산으로 만들어진 햄버거를 먹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자신의 책임을 인식하는 것이 모든 해결책의 출발점이기에, 포어는 자신과 우리의 부끄러움을 일깨운다.
나아가 개개인이 지구를 위기에서 건져내기 위해 자신의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도 즉각적인 지침도 알려준다. 하루 식사 중 동물성 제품은 저녁에만 먹고, 비행기 여행을 1년에 두 번 이하로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실천이 파도타기로 이어질 때 “우리는 집을 구할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을 구할 가치가 있는 존재로 만들 것”이다.